축하글: 그날이 오기를… 그날이 오기를…

축하글

그날이 오기를... 그날이 오기를...

정병도(서울대 제41대 총학생회장)


서울대인의 보금자리인 서점. '그날이 오면'의 친근한 사장님께서 웬 욕심이 많으신지, IMF시대에 또 하나의 사업을 확장하신답니다. 녹두 문화제, 녹두 어울마당, 새내기 길라잡이, 10주년 사업 등등 무수한 사업 속에서 책파는 상점임을 거부하고 진보의 진지인 서울대의 삶과 밀착시키려 했고, 관악인의 생활과 사상, 학문, 민주주의 투쟁의 공간으로 위치지워졌던 '그날이 오면'의 경력을 보았을 때 소식지 창간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그리고 욕심이 가는 의욕적인 사업일 것입니다. 요즘같은 멀티미디어 시대에 책을 읽기가 그리 쉬우랴마는 참 지식과 참된 삶의 진실을 밝혀나가며 책 안 사고 안 읽고 치열하지 못하는 요즘 대학인에게 매서운 회초리 하나 준다고 하니 더없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돌이켜보면 수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언제나 정다운 벗들과 만날 수 있는 장소, 술값이 없을 때 멋적은 웃음 한번 지으며 찾을 수 있는 곳, 그날 누님이 잡혀가셨을 때 만사 내팽겨치고 달려왔던 그 곳이 바로 '그날이 오면'이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저에게 있어 '그날'은 저의 20대, 나아가서 우리 관악 2만 지성의 20대를 밝혀주는 환한 등불이었습니다. 때로는 기쁨과 정열로, 때로는 슬픔과 노여움으로 살아가는 저에게 '그날'은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썩지않고 고이 간직되어 있는 어머님의 흰 고무신과 같은 그 무엇을 일깨워주는 소중한 공간이었습니다. 앞서가신 선배님들의 숨결이 살아있고, 정다운 벗들이 어울림이 있으며, 뒤따르는 후배님들의 생기가 어려있는 이곳. 비록 많은 사회과학 서점이 문을 닫았지만 '그날' 이곳 만큼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공간입니다. 그리고, 이런 소식지가 하나의 관악의 자랑꺼리로만 여기지 않고 우리 삶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지침서가 될 수 있는 명물로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우리 모두의 책임이겠습니다.

우리에겐 낮은 밤 아크로를 비춰주는 총학생회실의 불빛과 녹두거리를 환하게 밝혀주는 '그날이 오면'이 있기에 우리의 희망은 한 밤의 꿈이 아닐 수 있을 것입니다.

그날, 옛 선배님들이 사상서를 바라보며 세상을 해석하고 투혼을 불살랐던 때의 그 촉촉해진 눈빛들을 기억하며 지금 현재에도 그 이념과 의지를 이어받으려 하는 우리들의 오늘을 생각하며 '그날이 오면' 소식지 창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