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에서 책읽기 창간호를 내면서

발간사

그날에서 책읽기 창간호를 내면서

1998년 3월 18일
그날이오면 대표 김동운


'심은 대로 거둔다' 이 말은 단순한 격언이 아니라 인간사회와 역사의 전반에 걸쳐서 필연적으로 적용되는 법칙일 것입니다. 20세기가 저물어가는 1998년, 작가 조세희씨는 우리민족의 지난 백년을 일컬어 '악인들의 세기였고, 그렇게 무지하고 잔인하고 욕심많고 이타적이지 못한 자들이 마음놓고 무리지어 번영을 누렸던 적이 역사에 없었던 세기'였다고 말했습니다.

태생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무리 일시적으로 아무 것도 아닌 듯 덮어두려 하더라도 결국은 그 본질이 드러나 근본적인 해결이냐 파산이냐의 기로 앞에 서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처한 상황은 바로 그러한 악인들이 지배한 100년의 귀결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항상 보다 나은 미래에 대한 모색과 근거를 마련하려는 노력 또한 그 시간 내내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는 사실이야말로 우리가 다음 세기의 새로운 출발을 기대하는 바램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관악산의 나무들이 겨울의 껍질을 털고 새 봄을 움트려 하는 지금, <그날이오면>에서는 바로 그 새출발을 가능케 할 당사자들인 여러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그날에서 책읽기』를 펴내게 되었습니다.

지난 해 말 <그날이오면>의 창립 1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서평공모와 설문조사를 하면서 저는 두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중 하나는 많은 분들이 <그날이오면>에서 책과 관련된 매체를 발간하거나, 서평 공모 등을 지속적으로 해나감으로써 학술적인 소통의 장을 마련해주기를 바라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설문조사를 할 때 느낀 것이었는데, 약 열흘에 걸쳐 설문지를 나누어 드리면서 같은 분에게 다시 드리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수많은 분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기억하려 노력한 적이 있었습니다. 가깝게 지내온 분들도 많이 있었지만 그전까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저 불특정 다수로 여겨졌었는데, 새삼 한분한분이 모두 귀하게 느껴지고 이 사람들이야말로 <그날이오면>의 큰 보배들이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설문조사 내용을 읽어보면서도 다시 한 번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전까지는 그날을 자주 이용하시는 분들조차 서로 간에 관심분야나 주제에 대해 짐작은 하고 있으면서도 활발한 상호소통이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날에서는 그러한 가능성과 바램들이 잠재적으로 머물다 사라지지 않고 보다 구체적인 형태로 소통될 수 있게 하기 위한 매체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절실히 하게 되었습니다.

이상의 이유들이 『그날에서 책읽기』를 발간하게 된 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날에서 책읽기』는 매월 초에 발간되어 각 분야의 의미있는 신간들에 대한 친절한 소개, 관심있는 주제나 문제작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주제서평, 여러분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한 서평이나 의견, 생활글 등을 모아 담아낼 생각입니다. 그 밖에도 관심있는 저자에 대한 탐구나 출판사 탐방, 출판동향, 좋은 음반·비디오에 대한 소개, 각종 학술행사와 문화공연 안내, 녹두거리 소식 등의 다양한 내용으로 여러분들의 친구, 아니 여러분들 자신의 것이 되고자 노력해 갈 것입니다.

전반적인 경제위기와 그에 따른 출판계 전체의 위기 아래, 그다지 여유있는 상황이 아닌 시점에서 시작합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성원이 이를 극복하고 남으리라 믿습니다.

여러 가지 미흡한 내용으로 채워졌지만 이를 위한 많은 분들의 노력과 도움이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특히 바쁘신 속에서도 축하인사를 보내주신 김세균교수님, 인문사회과학서점모임 대표이신 인서점 사장님, 정병도 서울대 총학생회장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한달여 동안 자신의 생활을 희생하면서 고생한 편집위원들에게는 감사의 말과 함께 앞으로의 고생에 대한 안쓰러움이 앞섭니다.

이러한 노력이 부디 여러분들에게 기대 이상의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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