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나온 DISC & TAPE: 노래마을 4집
깍지: 문화에 대한 좋은 생각들
새로 나온 DISC & TAPE
김병오・국사89, 밴드 ‘바람(BARAM)’ 활동
Rock음악만 해도 ‘이런 sound를 바로 Rock이라고 한다`라는 말을 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모른다. 영국 혹은 미국에서 한국으로 흘러들어오는 여러 가지 락음악은 그 음악의 특징을 음악적으로 표현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자신들의 하위쟝르 꼬리표로서 보여주고 있다. PUNK, PROGRESSIVE, HEAVY METAL, PSYCHEDELIC, ALTERNATIVE …… 이 모든 것이 음악적인 표현과는 사실상 아무관계도 없는 단어들이라는 점에서 쟝르에 따른 락음악의 이해는 정말 무모한 일일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이는 락음악 뿐 아니라 모든 대중 음악, 혹은 모든 예술에서도 같은 경우일 수도 있다. 애시당초 장르라고 하는 개념이 문제라고 여기는 창작자들도 적지 않음을 넘어서 대부분의 창작자들이 장르라 는 외부적 시선을 달갑게 여기지 않음 또한 공공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로 음반을 소개해 주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 또한 헤어날 수 없는 늪임을 통감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다시 장르로 돌아간다. 슬픈 일.
윤도현밴드 3집 - <疏外>
<윤도현밴드>가 오랜만에 3집을 선뵈고 새노래들로 다시 대중들 앞에 나선다. 3집이라고 표현했지만 실제로는 2집인 셈이댜 왜냐면 1집은 <윤도현밴드>가 아니라 윤도현의 독집음반이었기 때문이다. 밴드 이름은 윤도현이지만 음반의 실 내용을 살펴보면 윤도현의 영역은 점점 작아지는 대신에 기타리스트 유병열의 영역이 상당히 커졌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그동안 윤도현에게 집중되어 있던 밴드의 이미지가 점점 밴드의 의미를 제대로 찾아가고 있는 그만큼의 긍정성이다. <윤도현밴드>는 사실 음반을 통해 이러쿵저러쿵 하기 힘든 밴드다. 음반으로 듣는 음악의 느낌과 실제 라이브 현장에서 듣는 음악의 느낌은 비슷할 수도 있지만 전혀 다를 수도 있는 게 사실이다. 라이브에 약한 가수라고 하면 음반에서의 느낌도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하면서 그 이외의 라이브가 갖는 그 어떤 뜨끈뜨끈한 공기의 느낌도 주지 못한 가수를 말하는 것이다. 반면 라이브에 강한 가수라면 그들의 음악 속에는 음반에서는 결코 만끽할 수 없는 기쁨을 가져다 주는 그런 가수인 것이다. 음반의 노래를 노래하지만 음반의 느낌을 훨씬 넘어서는 음악을 주는 그런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윤도현밴드>이다.
애상적인 기타 연주곡 ‘고개숙인 남자’로 시작되는 음악은 바로 16비트의 하드락 사운드로 넘어가면서 앨범의 타이틀 ‘소외’라는 말대로 답답함의 폭발로 넘어가고 있다. 그러다가 방송용 타이틀곡인 서정성이 풍부한 '먼훗날’에서 음악적 평정을 되찾고 또 분출하고 또 가라앉히고 하면서 음반의 음악적 정서를 완성해 나가고 있다. 그 런데, 이번 음반에서는 강산에의 요즘 모습과 유사한 이미지가 많이 드러나고 있다. 허나, 강산에의 근작들이 잘 숙성된 감정보다는 가볍고 세밀한 기교를 앞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좋은 모습이라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 번 뒤돌아보시길. 어쨌든.
집에서 읽은 소설을 도서관에 가서 다시 읽으면 처음 읽은 것보다 재미 있을까? 집에서 비디오로 빌려 본 영화를 극장에 가서 다시 보면 또 어떨까? 그러나 노래만은 천만의 말씀이다. 공연장에 가면 모르는 노래보다 아는 노래가 훨씬 기쁨을 배가 시켜 준다. 자기가 잘 아는 노래, 평소 좋아하는 노래의 전주만 나와도 절정에 이른 듯 전율하는 피부. 이런 것은 음악예술만의 고유 특성이다. <윤도현밴드>를 만나고 싶다면 먼저 그의 음반을 만나보기를 당부한다. 그리고 그의 공연장 가기에 앞서서 그의 노래를 실컷 따라부르고 중얼중얼 외워두어라. 그러면 그의 공연장에서 당신이 그동안 느껴왔던 전율의 3배 가량을 더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노래마을 4집 - 희망을 위하여・날자 한 번 더 날자
포크의 맥을 이어가는 작은 그룹이 하나 있다. 이름도 조그맣고 소박하다. <노래마을>. 굴의 머리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포크가 뭐냐고 물으면 딱히 할 말이 없다. 그렇지만 멀게는 Bob Dylan을 머리속으로 그려낼 수도 있 고, 가깝게는 7-80년대의 김민기로부터 90년대의 김광석까지 더듬어보게 되는 그런 음악인 듯 하다. 쇠줄 달린 통기타를 기초로 이런 저런 악기들이 어울리면서 사람의 목소리와 그 목소리에 담긴 내용이 아주 또렷이 귓전을 파고드는 그런 음악이다. 흔히 포크 음악을 한다는 이들의 음악을 들으면 그 노랫말이 다른 대중가요들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주 좋게 표현한다면 ‘차분하고 녹색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그런 느낌 이리라. 그래서 그들의 노래는 말을 전문으로 하는 시인의 시귀와 함께 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노래마을>의 경우도 그렇다. 음반에는 도종환, 안도현, 박완호, 곽재구 이렇게 4명의 기성 시인의 시가 노래로 표현되어 있다. 시라는 것은 대개 책상 혹은 잔디밭, 베갯머리 등에서 감상되어지곤 한다. 물론, 이건 사람들의 습성의 문제이지 당위의 문제는 결코 아니다. 어쨌든 그 장소들의 특징이라 하면 ‘차분함’도 그중 중요한 하나일 것이다. 심호홉을 깊게 하면 사람의 심사가 진지함을 얻게 된다. '차분해짐’이란 심사가 어지러울 때의 심호홉과 같은 것이다. 온갖 갑각적이고 순간적인 잡설이 난무하는 반면, 쇠심줄같이 질긴 진지함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 이 시대에 심호홉, 단전호홉 과 같이 ‘차분함’을 위한 수련의 영역을 음악을 통해 마련해 준다면 그 자리는 응당 포크음악이 아닐까 한다. <노래마을>은 원래 백창우라는 시인이자 작곡가가 이끌던 지역 노래운동집단이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애창 되었던 그들의 노래 “나이 서른에 우린”, “우리의 노래가 이 그늘진 땅에 따뜻한 햇볕한 줌 될 수 있다면” 등을 비롯 음반의 창작곡 대부분이 백창우씨의 노래였다. 그러나 이번 음반에는 백창우가 빠져 있다. 대신 <노래마을> 의 2세대를 구축해온 남성 4인조의 꽉 짜인 구성으로 되어 있다. 남성만의 목소리들이 각각 다른 음계를 흐르며 만들어내는, 계곡물처럼 시원한 화음은 이들 음반의 최고 미덕이다. 그 사이사이 실개울로 합류하는 독창곡들의 여행도 정겹다. 이번 음반의 명목 타이틀과 달리 실제 타이틀곡은 첫 번째 노래인 ‘기차여행’이다. 바람소리 짙은 하모니카의 선율로 시작되는 신나는 노래인데 이 노래를 듣다보면 어디론가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턱 밑까지 올라올 듯하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여행길에 올랐다면 다시 한 번 이 노래를 들어보라. 그러면 기차와 이 노래와 커피 한잔으로도 당신은 이미 일상에서 그토록 갈망하던 평화의 세계에 이미 초대되어 있음을 알고 깜짝 놀라고선 다시 맑게 웃음짓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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