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식 세계화에 대한 경고

본선작-학부개인

신자유주의식 세계화에 대한 경고: 루가노 리포트가 현대 사회에 말하고 싶어 하는 것들

Susan George 저, 이대훈 역, 『루가노 리포트』

박기영


이 책은 1996년에 루가노에서 저명한 학자 9인을 초청하여 세계화를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에 대한 연구결과를 가상하여 옮겨 적은 책이다. 과거와 현재의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한 시장경제의 발전과 진행 상황을 바탕으로 미래의 자본주의 사회와 세계화의 물결은 어떻게 흘러갈지를 예견한 일종의 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한 예언서와도 같은 책이다.

이 책의 내용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다시 전반부에서는 위험요소, 통제, 충격, 결론의 네 가지 파트로 구성된다. 위험요소에서는 과거 및 현재의 자본주의 시장에서 위협적인 요소 혹은 부작용으로 분류되는 요인들이 배치되었다. 통제는 앞에서 언급된 위험요소들에 대해서 어떻게 통제가 현재까지 어떤 방식의 통제가 이루어져 왔는지를 서술하였으며 충격은 지구에 대한 충격이 어떻게 구성되는 지를 파악하여, 마지막 결론에서 인구를 인위적으로 감소시키자는 끔찍한 대책을 내놓는다.

후반부는 목표, 네 개의 기둥, 재앙, 예방 그리고 수수께끼의 다섯 부분으로 나뉜다. 목표에서는 전반부에서 얻어진 결론을 바탕으로 목표를 정하며, 네 개의 기둥에서는 목표를 실천하기 위해서 필요한 네 가지 토대에 대한 설명이 주를 이룬다. 그리고 재앙에서는 전쟁이나 기근 같은 인구를 감소시킬 수 있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표현하였으며 예방에서는 불임, 낙태 등 출산율을 낮추는 각종 사항에 대해 적혀있다. 마지막으로 수수께끼에서는 인구와 관련된 수수께끼를 가지고 있는 중국, 마약 등의 소재에 관해 다루고 있다. 뒷부분의 부록에서는 대안을 제시하며 미래에 대한 긍정을 놓지 않고 있다.

이 책의 작가인 수전 조지는 세계화 반대 집회와 반전 시위를 적극적으로 지원 및 후원하는 ‘지구촌 정의실천 운동’소속의 활동가이다. 그녀는 자본주의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세계화 운동에 대해 강렬하게 비판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그녀는 그간의 저서를 통해 현재의 자본주의,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어두운 면을 그려내면서 우리에게 현재의 경제 체제에 대한 회의와 새로운 체제의 모색을 촉구하여왔다. 그녀의 최근 저서 『Another world(is possible if..)』에서도 그녀가 가지고 있는 현실에 대한 문제제기의식은 번뜩이며 빛나고 있다.

‘세계화’라는 표현만 본다면 이 말은 모든 나라와 민족, 그리고 모든 계층이 하나의 경제 체제로 통합되어 다함께 손을 잡고 약속된 희망의 나라로 나아가게 될 것임을 의미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그와 정반대다. (중략) 수백만에 달하는 사람들이 어느 순간 갑자기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쓸모없는 존재가 되고 마는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Another world(is possible if..)』, p.20)

『루가노 리포트』에서도 기존의 미국 중심의 경제 질서에 대한 작가의 비판이 잘 드러나 있다. 전반부에서는 오늘날 세계 경제를 움직이게 하는 중심 체제인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 대해서 강점을 소개하면서, 현대 사회가 가지고 있는 주요 과제인 자연파괴, 양극화, 깡패 자본주의의 도래 등을 미국이나 멕시코 등의 예를 들어가며 설명하고 있다. 특히 ‘금융의 붕괴’부분에서는 최근 미국의 서브프라임사태로 인하여 금융자본주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계화정책에 대해 회의가 일기 시작하면서 더더욱 작가의 뛰어난 분석력과 통찰력이 느껴진다.

시장은 인간의 경제적 활동의 지혜와 가치를 가장 잘 평가할 수 있는 최고의 재판관이다. 그러나 시장은 인간이 생태적 한계점을 넘어서는 시점을 알려주지는 못한다. 따라서 우리 인간은 그 한계점을 이미 넘어선 다음에 비로소 알게 된다. (중략) “금융의 천재는 항상 금융이 몰락하기 직전에 나온다.” 금융시장은 본질적으로 불안정하기 때문에, 완벽한 합리성에 근거해서 행동한다고 판단해서는 결코 안된다. 금융시장 역시 패자를 양산할 수 있으며, 오늘날 그 규모는 1930년대의 저 악운의 날을 떠올리게 할 것이다. (『루가노 리포트』,p.32~33)

그러나 작가는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되어 있는 세계화에 의한 자본주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국제 결제 은행, BWI, WTO, UN 등의 기존의 국제기구에서는 찾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은 아직 자본주의의 위기를 느끼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위기를 극복하는 데 있어 피해가 될 것이라고 전한다. 결국 신자유주의식 세계화와 결합된 자본주의로 인해 다수의 패자와 극소수의 승자, 과잉생산과 과잉소비, 그로 인한 생태계의 파괴 등이 예상되고 있다.

그럼 지구에 가해지는 보이지 않는 폭력을 줄이기 위해서 인류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이에 대한 답을 위하여 루가노에 머물고 있는 연구단은 한 가지 공식을 제시한다. ‘지구에 대한 충격 = 소비 × 기술 × 인구’라는 식이다. 이 공식을 토대로라면 지구에 가해지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는 소비나 기술이나 인구 세 요소 중 적어도 하나를 줄여야 한다.

가장 처음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소비량을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항상 의식주 및 생활 유지를 위해서 소비생활을 필수적으로 영위해야한다. 또한, 소비를 강제로 줄이려면 생활에 필수적이지 않은 소비량을 줄여야 되는데 그렇게 되면 상류층의 소비수준이 낮아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경제 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경제가 침체될 소지가 있다. 따라서, 소비값을 줄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기술을 되돌린다는 것은 더더욱 말이 안 된다.

결국 결론은 전세계의 인구를 줄여야 하는 것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과연 누가 이 강제적인 인구 감소책에 희생되어야 하는가? 그것은 정말 신자유주의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 현대의 인구 감축 전략은 완전 무비용은 아니라 할지라도, 특별한 시설과 인력의 동원이 필요치 않는 저비용이어야 한다. 이 목적을 달성하는 데 요구되는 것과 정반대의 사례가 ‘아우슈비츠 모델’이다. 그리고 새로 예산을 책정하는 것보다 예산지출의 방향을 재조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 ‘희생자’의 선택은 다른 사람이 아닌 ‘희생자’ 스스로 결정하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 희생자들은 무능력, 부적격, 빈곤, 무식, 게으름, 범죄성 등의 기준, 즉 한마디로 ‘패배자 성향’에 근거해서 자기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이하 후략) (『루가노 리포트』, p.99)

앞에 제시된 원칙에 따라 인구의 조정방식은 지금부터 일어나는 전쟁을 굳이 막지 말고, 인구 억제를 위해 질병 예방에 너무 치중하지 말 것이며 불임 수술을 권장하고 낙태를 방임하는 것 등 현대적이고 간접적인 방식으로 행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서 인구의 감소를 겪게 될 나라는 대부분 후진국이라 불리는 지역이 될 것이며, 본문에서도 인구감소의 90%는 후진국에서 일어나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부록에는 필자가 직접 본문의 내용에 대한 반박을 싣고 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지방 민주주의와 국가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비판적인 대항경제를 창출하는 일은 무엇보다도 주요한 과제이거니와, 모든 사람이 다 참여할 수 있다. 가장 지난한 과제는 현재의 세계화의 대안형태를 창출해 내는 일일 것이다. 몇몇 조직들은 이를 ‘협력적 세계화’라고 표현하기 시작하였는데, 그들에게 이 ‘협력적 세계화’의 개념은 지역 차원으로의 복귀나 도피가 아니라 보다 건강하고 평등한 사회를 바탕으로 해서 아래로부터 세계경제를 다시 건설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루가노 리포트』, p.261)

이 문단은 이 책을 읽는 데 있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바로 이 책의 작가인 Susan George는 세계화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작가는 오히려 ‘협력적 세계화’라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면서 우리가 이루어가야 할 것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저서의 전체에서 작가는 자본주의 체제 자체를 부정하거나 사회주의나 마르크스주의체제가 더 우월하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모든 체제는 다 각기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 지구상에서 핵심이 되는 사상은 자본주의라는 것 뿐이다. 즉, 작가는 우리가 예상할지도 모르는 ‘되살아난 사회주의자’가 아니다.

필자가 부정하고 있는 것은 레이거노믹스와 대처리즘으로 상징될 수 있는 신자유주의식 세계화이다. 작가는 신자유주의식 세계화는 저서의 전반부에 소개되었었던 수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으며 만약 이 상태로 세계화가 지속적으로 진행된다면 이 책에서 예견된 것처럼 인위적인 인구 감소책이 실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지금은 전세계적 세계화가 이루어지기보다는 지역, 국가 단위로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비판적인 대항경제를 창출’한 뒤에 ‘협력적 세계화’를 이루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이것은 세계화가 소수의 최선진국에 의해서 강제로 이루어지는 세계화에 대한 반대를 뜻한다. 모든 국가들이 제각기 능력이 있고 그 능력을 서로 공유하고 교환하면서 어느 나라 하나 일방적인 손해나 이득을 챙기지 않고 모두가 잘 살기를 바라는 작가의 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한편, 신자유주의식 세계화에의 중심에는 일부 다국적기업이 존재하고 있다. 작가는 이들에 의한 일방적인 세계화에 대해 극렬히 반대하고 있다.

다국적기업의 폭정에 저항하는 데 있어서 보다 강력한 도덕적 시각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존 롤스의 『정의론』을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사회를 지배하게 될 기본 원칙들을 선택하기에 앞서, 그 사회에서 자신의 위치나 자신의 천부적인 능력과 기회를 전혀 인식하지도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사회를 바라보도록 하자. 그렇게 되면 당신은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이 해소되고 그리하여 가장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혜택을 받게 되는’세계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단연코 우리는 『루가노 리포트』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계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루가노 리포트』p.264~265)

작가는 위의 내용에서 다국적기업을 ‘자신의 위치나 자신의 천부적인 능력과 기회를 전혀 인식하지도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람’으로 표현하였다. 즉, 다국적기업이 자신이 그만큼 성장한 것에 대해서 감사함을 느끼고 기업가가 지니고 있는 천부적인 능력과 기회를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쓰기를 바라는 것이다. 곧 그녀가 바라는 것은 일방적이고 철저하게 능력에 따라 순위가 결정되는 세계화가 아니라 상호 이득을 가질 수 있고 서로가 준비가 되어있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세계 질서로 편입되는 일명 ‘도덕적인 세계화’를 제창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도덕을 강조하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는 설득력이 없다. 특히 기업이나 정부와 같이 이해관계에 따라서 그 행동을 달리할 수 있는 집단에 대해서는 그들의 도덕에 기대어 주장을 펼칠 수가 없다. 그래서 필자는 자신의 주장하고 있는 ‘도덕적인 세계화’에 대해서 당위론이나 명분론으로 독자들을 설득하지 않는다. 단지, 신자유주의식 세계화가 이루어졌을 때 인류의 인위적인 감축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을 여러 가지 통계 조사를 통해 제시할 뿐이다. 그리고는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여 독자 스스로가 세계화의 방법론을 선택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 과정을 통해서 작가는 자신의 주장에 대한 설득력을 높이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작가의 주장에 대해 몇 가지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이 있다.

첫째로 작가가 주장하는 협력적 세계화는 작가 스스로는 아니라고 했지만 지역 차원으로의 도피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지역 차원으로의 도피는 또 다른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협력적 세계화는 서로가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려준다는 장점이 있는 데 반해 자신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서기 전까지 세계화에 나서지 않으려는 단점도 분명히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둘 중에 하나가 절대적으로 유리해지기 전까지는 쉽게 세계화에 나서지 않으려 할 것이며 만약 한 쪽이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되어 세계화를 추진하려한다면 지금의 소수의 국가나 기업에 의한 세계화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로 작가가 제시한 논거인 인구의 인위적인 감축이 세계화의 핵심적인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는 미국을 비롯한 일부 선진국과 소수의 다국적기업에게 미치는 악영향과는 직접적인 관련을 찾기 힘들다. 세계 유수의 다국적기업들에게 있어서 시장성이 있는 지역은 세계화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농후한 후진국이 아니다. 어차피 이들은 소비매력이 떨어지는 소비자들이 많기 때문에 이들의 감소에 대해서 싫어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그들에게 유입될 자본이 선진국 시장의 소비자에게 유입된다면 더 큰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입장에서는 후진국의 인구감소를 바라는 것이 더 가능성이 높다. 선진국의 입장에서도 나라의 위상이나 체면 등을 감안했을 때 후진국에게 지속적인 원조를 해줘야 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후진국 인구의 감소는 선진국의 예산 부담을 더는 일이 될 것이다.

저자의 의도대로 감정에 호소하지 않고 이성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데 이 책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 하나로 세계화의 시계를 늦출 만큼의 강력한 힘은 지니지 못했다. 결국 세계화는 차례로 이루어져 갈 것이다. 다만, 작가의 바람처럼 작가 자신이 쓴 이 참혹한 결과가 실제로 일어나지 않기만을 우리 모두가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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