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그날이오면 서평대회 심사평
심사평
신형철 (계간 문학동네 편집위원)
2011년 그날이오면 서평대회에 응모된 원고들을 읽으면서 내가 느낀 것은 긴장감이었다. 성별과 나이와 직업을 알 수 없는 미지의 필자들이었지만, 그들의 글은, 읽고 쓰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나에게 다급한 각성의 계기를 제공하였다. 다른 곳에서 이만한 긴장감을 느끼기 쉽지 않다. 그날이오면 독자들의 저력에 새삼 경탄했다.
대부분의 글이 지금 당장 유력 매체에 활자화되어도 모자람이 없어 보였지만 그중 가장 뛰어난 한 편의 글을 골라내는 건 의외로 수월했다. 정민 씨는 근래 뜨거운 의제를 생산해낸 소설(영화) 『도가니』를 비판적으로 독해했다. 필자는 소설 『도가니』가 “피해자와 가해지를 전형화시킴으로써 선정성을 강화하는 전략”을 택했기 때문에 “나쁜 소설”이라고 주장한다. 문학 연구에서 흔히 사용하는 개념을 빌리자면 이 글은 『도가니』에 나타난 ‘재현의 정치학’을 문제 삼은 글이다. 필자의 논변은 정확하고 열정적이어서 심사위원 대부분을 설득해내고야 말았다.
이 소설이 실화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에 좀 더 주의했더라면 이 글은 더 완벽해졌을 것이다. 작 가가 자신의 집필 동기를 사실 관계를 기록하고 폭로하는 것에 거의 한정한 이런 사례에서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작가의 개입의 산물인지를 따지는 일도 또 하나의 논점이 될 수 있다. 재현이 전형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졌다기보다는 사건 자체가 전형적인 경우라고 봐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반론도 미리 방어해 둘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공동 2등으로 뽑힌 박천우 씨와 정수환 씨의 글 역시 모범적이다. 박천우 씨는 『좌우파 사전』 울 지렛대 삼아 한국 정치 담론에서 언어의 오염과 커뮤니케이션의 왜곡 문제를 날카롭게 의제화 했다. 지극히 적절하고 절실한 이 문제제기만으로도 이 글의 의의는 충분해 보였다. 정수환 씨의 글은 『죽음의 밥상』의 한계를 정확하게 짚어낸다. 먹거리의 선택은 저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윤리학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치학적인 문제라는 것. 이 반론에는 책의 저자들조차도 이의를 달기 어려 웠을 것이다.
그날이오면 서평대회는 새내기 부문 심사를 별도로 시행한다. 일반부 응모자들과의 경쟁에서 새 내기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보호하자는 소극적 취지보다는, 이제 막 자유로운 독서가 가능해진 새내기들에게 양질의 책들을 소개하고 비판적 사유를 유도하지는 적극적 취지가 더 클 것이다. 아쉽게도 응모작이 많지 않았지만 글의 수준은 고른 편이었다. 수많은 선배들이 읽은 『전태일 평전』을 새내기다운 진솔한 시선으로 다시 읽은 정준혁 씨에게 가장 큰 격려를 보내기로 한다. 내년에는 새내기 필자들의 더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
사소한 것 하나. 서평대회 공고 포스터에는 서평의 원고 분량을 A4 4매 내외로 제한한다는 문구가 쓰여 있다. 그러나 일반부 당선자의 글은 이 분량은 훨씬 초과했다. 심사위원들은 글의 완성도에 주목했고 분량에는 연연하지 않았다. 다른 응모자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분량을 제한한 것은 글의 장르를 규정한 것이기도 하다. 그간 익숙학 써온 보고서나 소논문을 또 쓰기보다는 서평이라는 형식 자체에 대해서도 고민해보기를 권한다. ‘사소한 것’이라고 했지만, 내년 심사에서부터 이 문제는 사소하지 않은 것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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