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 이데올로기로 본 소비사회와 대항발전을 통한 소비자 복지의 진정한 실현
새내기부문 2등작
경제성장 이데올로기로 본 소비사회와 대항발전을 통한 소비자 복지의 진정한 실현
더글라스 러미스,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허수정
매년 신문과 뉴스에서는 당해 경제 성장률과 그에 대한 보도가 중요하게 다뤄진다. 경제 성장률이 높을 경우 자축의 목소리를, 경제 성장률이 낮을 경우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보도 기사들과 영상들은 정부와 국민들이 함께 힘써 이루어야할 국가의 목표가 경제성장이라는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정치학자이자 시민운동가인 C.더글라스 러미스는 이러한 경제 성장 주의에 반기를 든다. ‘경제 성장은 국가를 풍요롭게 한다.’라는, 상식으로 여겨지는 명제를 비틀어 ‘경제 성장이 안 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를 제목으로 삼은 것은 그의 문제의식을 정확히 보여준다. 러미스는 현대의 ‘상식’으로 여겨지는 생각들이 사실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임을 지적하며 논의를 전개한다. 그가 다루는 여러 가지 테마의 상식 중 특히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경제 성장’에 있어서는 그의 경제 발전 이데올로기에 대한 분석과 그가 제시하는 대안인 ‘대항 발전’에 대해 살펴볼 수 있다. 이러한 그의 분석과 대안 제시를 소비자학에서 다루는 ‘소비사회’와 ‘소비자 주권’과 연결하여 서평으로써 논의하고자 한다. 자본주의가 발달하고 소비자 주권이 향상되면서 소비자의 입장에서 경제현상을 바라보는 것은 더욱 큰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러미스가 책에서 펴는 주장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상식’과 ‘현실주의’에 대한 그의 입장을 살펴보아야 한다. 그가 ‘경제 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를 집필함으로써 달성하고자 한 목표는 새로운 ‘상식’을 제시하기 위해서이다. 또한 그는 독자들이 그의 책을 접함으로써 ‘현실주의’에 대한 이해를 달리하길 바라고 있다. 현재 ‘현실주의’적으로 여겨지는 ‘경제 발전 추구’라는 ‘상식’은 현실주의적이지 않다. 그가 이해하는 ‘현실주의’는 우리가 당면한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그에 대해 적절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우리는 맹목적인 경제 성장 추구로 인해 환경 파괴와 문화적 손실이라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이러한 문제들을 고려한 태도를 갖춰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현실주의’적으로 지녀야 할 ‘상식’은 ‘경제 성장으로 인해 환경과 문화에 발생되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해야 한다.’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러한 논지를 입증하기 위해 3장에서 그는 경제 발전 이데올로기에 대해 분석한다. 러미스에 의하면 경제 발전 이데올로기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남(南)의 국가들에 대한 패권을 넘겨받은 미국에 의해 정책적으로 발생한 개념이다. 이 이데올로기는 강대국들이 경제적 약소국들에 대해 행하는 착취와 강제 노동을 ‘발전’이라는 용어로 포장하며 빈부의 차이를 합리화시켰다. 러미스는 경제 발전 이데올로기에 들어가 있는 ‘풍요’의 이미지를 고찰하며 경제 발전으로 빈곤은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는데, 그가 제시하는 ‘풍요’가 가지는 의미의 실체에서 소비사회와 관련한 논의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러미스는 ‘풍요’라는 의미를 ‘상대적인 부’의 개념으로 설명한다. 즉 ‘풍요’가 있기 위해선 “돈을 가지고 있지만 돈을 필요로 하는 수많은 사람이 있다는 것”(p.86)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누군가 남들보다 더 많이 소유하고 있는 상대적 의미의 부자가 되었을 때 타인의 노동력을 지배할 수 있는 사회적 관계에 놓이게 된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부자가 됨으로써 상대적 빈자들에게 행사할 수 있는 사회적 관계에 있어서의 권력에 집중하여 소비사회의 특징을 설명하고자 한다. 소비사회는 소비가 정체성의 규정 기제가 된다는 점, 소비의 기호성이 증대된다는 점, 소비가 계급적 성격을 지닌다는 점, 마지막으로 소비가 극대화 된다는 점의 주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상대적인 부(富)가 타인의 노동력을 지배할 수 있는 권력을 준다는 점을 주목하면 경제적 요인이 사회적 관계와 권력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는 경제적 표식이 사회적 지위에 대한 표식이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따라서 소비는 정체성 규정에 영향을 주며, 재화를 구입한다는 의미를 넘어서서 사회적 권력을 의미하는 기호로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경제적 부가 타인의 노동력을 지배할 수 있는 권력을 준다는 것에서 경제적 부를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소비의 계급적 성격을 확인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처럼 소비가 경제 행위의 의미를 넘어서 사회적 의미를 지니게 됨에 따라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더라도 사회적 지위나 이미지의 기호가 되는 사치품들에 대해 소비 욕망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들을 지니는 소비사회에서 중요하게 다뤄져야할 문제는 소비의 주체가 되는 소비자의 복지에 관한 것이다. 소비자학의 목표 중 하나는 소비자의 복지를 증진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소비자학과 관련해 어떤 방법으로 소비자 복지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의식을 가지는 것은 중요하다. 이에 대해 러미스의 책에 제시된 그의 ‘경제 발전 이데올로기’의 대안인 ‘대항발전’ 개념에서 그 방법을 찾을 수 있다. 3장 마지막에 제시한, ‘경제 발전으로 빈곤은 해소되지 않는다.’라는 문제의식에서 러미스는 그럼 만약 ‘경제가 발전하지 않는다면?’이라는 문제의식을 제시하며 4장 논의를 전개한다. 그의 핵심적인 주장은 경제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는 제로 성장으로도 풍요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생활 속 경제 요소를 줄이고 경제 성장보다 더 가치 있는 것들을 추구하며 진정한 풍요를 추구하는 것을 ‘대항발전’이라 명명하며 이를 따를 것을 제안한다.
그가 ‘대항발전’을 주장하는 이유로서 제시한 ‘대항발전’의 목적 중 하나는 경제발전을 위해 구성된 사회체계에서 일 중독과 소비 중독에 빠진 사람들이 더 가치 있는 일들을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의 주장대로 사람들이 현재의 경제 체계에서 생산과 소비의 수단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진정한 소비자 복지의 실현이란 불가능하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소비 이외의 더 큰 가치들을 누릴 수 있는 ‘인간’(p.109)이 되어 진정한 복지를 누릴 수 있으려면 사회적으로 경제 성장을 위해 기울이는 노력은 줄이고 환경을 보호해 그 속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을 늘리고, 수동성을 요구하는 각종 경제적 재화로 인해 줄어들어 왔던 인간의 문화 창조 능력을 늘리려는 근본적인 태도의 변화가 요구된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현재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그 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는 책임을 실현하고 있는 저작이라 평할 수 있다. 구체적 대안으로 제시된 ‘대항 발전’에서 주장하는 ‘제로 성장’의 실현 가능성과 필요성 또한 논리적으로 입증되어 그의 저서는 충분히 ‘현실주의’적이다. 또한 그의 주장에 대해 최대 반론으로 제시될 수 있는, ‘상식에서 어긋난다.’라는 점에 대해 ‘상식’이란 무엇인가를 논하고 우리의 ‘상식’에 문제를 제기한 것은 그의 논지를 확고하게 만드는 데 기여한다. 이처럼 짜임새 있게 전개되는 러미스의 저서에서 소비자사회와 소비자 복지에 대해 논의할 만한 요소를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은 의미 있다. ‘소비행위’는 경제적 환경과 행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에 경제에 대한 관점은 소비를 이해하는 데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기존의 ‘상식’에서 벗어나 좀 더 현실적인 ‘상식’으로 바라보는 러미스적인 경제관에서 우리는 ‘소비’에 대한 새로운 시선 역시 지닐 수 있는 것이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