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을 점령하자. Occupy Our Life
일반부문 예선통과작
우리의 삶을 점령하자. Occupy Our Life
재료: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폭력이란 무엇인가』, 『분노하라』, 그외
관악구 주민 박수하
1.
겨울로 다가갸는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데, 넓은바다 건너 미국에서는 크다는 도시의 좋다는 공원마다 멀쩡한 사람들 수백명이 모여서 먹고 잠들고 깨어난지 한달이 넘었다. 점거 운동의 진원지 뉴욕 주고티 공원은 명사들의 관광명소가 되었으니 레드카펫 한장쯤은 깔아둬도 쓸모가 있겠다. 그곳에 있기 때문에 발언권을 얻는 사람들이 물론 명사들만은 아니다. 공원은 때를 가리지 않고 말하는 사람들 듣는 사람들로 시끌벅적하다.
모인 사람들은 단순하고 맹랑한 이야기를 한다. 월스트리트를 떠받치는 시스템 사실은 월스트리트에 있지 않고, 지구의 모든 거리에 드러누운 자본주의, 그게 너무 짜증난다는 것이다. 이런 어리석고 덜 자란 사람들… 점거자들을 비웃는 문법은 간결하다. ‘그래서 월 어쩌자고? 대안이라도있냐?’ ‘투표를 하든가 출마를 하든가’
대안은 이미 있다고,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커피는 1%의 수익을 제3세계 지원에 쓰는 스타벅스에서 사마셔라. (공정무역에도 냐름 애쓰고 있다.) 남는 돈은 사회책임투자(SRI) 펀드에 넣어라.(착한 기업들이 착한 일을 하고 싶어서 당신의 애톳한 마음을 기 다리고 있다.. 게다가 당신이 착한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수익도 돌려준다.) 돈이 많이 남거든 기아 퇴치 캠페인에 기부해라.(굶주린 아이들 사진을 보면 돈이 없어도 기부를 하고싶을걸) 겨 울이 다가오면 당신의 소중한 주말마저 달동네 연탄 배달에 내놓고그 대가로추억과연민과 다짐을 벌어오자. 투표는 민주주의의 꽃이고 시민의 권리이며 의무이다. 완벽하지 않은 당의 완벽하지 않은 후보라도 개중 진보적 인 사람으로 잘 골라서 밀어주자. 만약 스스로에게 남들에게 의미있고 즐거운 일을 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서 일하며 돈을 벌고 있다면 - 당신은 21세기에 희망을 심는 이상적인 세계 시민. 당신은 진실로 은전한 사람이며 할만큼 했다. 비참한 이 세상에 당신만 행복해서 미안하겠지만 당신은 돈을 옳게 쓰는 방법을 아니까, 착 한사람이니까행복할 자격이 있다. 갸날픈 감성의 소유자인 당신이지만죄의식에 갇힐 필요는없다. 그러고보면 정당한 돈벌이와 윤리적인 소비는 당신의 삶을 사실상 구원할수있다.
이것이 궁극의 대안이라고 자신하는 사람은 - 대안을 원해본 사람들 중에서는 - 드물다. 그렇지만 제법 어른스럽고 현명한 방법이며, 적어도 최악은 아니니까 … 어른이라면 어느정도는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선거 때마다 느껴봄직한 고민인데, 사회 안정과 당선 가능성을 고려하면, 우리가 골라야 하는 것은 차악이다. 진지하게 최선을 추구하자고 주장하는 사람은 현실을 모르는 순진한 이상주의자 - 그러니까 바보 뿐이다. 그 와중에 차악은 당당하기까지 해서 ‘차악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최악을 맛보게 될것이다! 현재는 차악일지언정 당신이 응원해준다면 미래에는 차선 정도로는 진화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라며 다소곳이 때로는 절실하게 협박을 하는 것이다.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우리는, 우리의 이익이 아니라 우리의 양심을 압박하는 우리는 죄의식에서도 탈출할 수 있고 최악의 강림을 막아냈다는 보람도 느낄 수 있다. 아무래도 현명한 소비자 혹은 착한 경제주체가 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라는 우리 사회의 원칙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당장 추구할 수 있는 가장 그럴듯한 대안정도는 되는 것 같다.
최선의 진짜 대안을 아직 아무도 모른다는 것은 다들 눈치채고 있다. 소비에트 연방과 중국에서 펼쳐졌던 지상 최대의 실험은 스마트폰도 없던 아득한 옛날에 실패로 끝났다 북유럽의 복지사회는 아슬아슬하게 성공인것 같 지만 문득 피진창에 동실 떠가는 유람선 같아서 세상 모든 사람의 희망이 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어쩌면 그냥, 대안같은건 필요없고 시간만이 더 필요한 걸지도 모른다. 이보다 더 나은 사회경제체제같은건 없는데, 자유민주적 자본주의 그 자체에는 모난데가 없는데 아직 우리가 무능한 탓에 온전한 이론을 온전한 현실로 곱게 투사하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차근차근 노력한다면 차악을 차선으로, 차선을 최선으로 바꿔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현실이 파국으로 치닫지 않도록 병신같은 세상을 떠받치는 것은 차악이고, 아무리 불행해도 우리 삶 은, 무책임한 실험이나 대안없는 폭력에 내던져지기에는 너무 불쌍하고 소중하다. 20세기 초의 러시아 농민들처럼 이놈의 세상 망할테면 차라리 망해보라고 뛰쳐나와 실험정신 투철한 이론가들에게 기꺼이 선동될 상황이라기엔 일상의 작은 행복들은 달콤하고, 당장 굶어죽을것 같지는 않고(그렇지만 굶어죽기도 한다.), 투표권도 있고, 무엇보다 우리는 선동당하기에는 너무 똑똑하니까. 혁명이란 실패로 귀결되는 폭력적인 반항에 다름 아니라는 것을 아직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역사상 마지막 혁명이었던 공산주의 혁명에 뛰어들었던 나라 중 이제까지 버티는 두 나라 북한과 쿠바 모두 스마트폰은 구경도 못하고 문명의 가장자리에서 헤매고 있다. (쿠바에서는 모든 시민이 유기농 음식을 먹고 살고 몸이 아프면 돈 한푼 없어도 끝까지 치료를 받을 수 있고 재능만 있으면 누구나 음악도 발레도 전공할 수 있다지만 기술로 진화하는 신세기 시민들은 그런일엔 별로 관심없을테니 비밀로 하자.) 민주시민에게 혁명은 너무 낡았다. 비생산적인 투덜거림은 그만 두고 자유 민주주의 시장market의 윤리적이고 현명한 구성원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해보자.
그렇지만. 지구만큼 넓다는 시장에, 한 발 내딛으려고만 해도 너무 않은 자격과 너무 많은 능력이 필요한데 … 물론 능력을 갖추지 못하는 것은 게으름 탓이다. 한번 사는 젊음, 사랑하는 일을 찾아서 열정을 불사르며 밤새 스스로를 착취하는 특권을 만끽해라. 밤낮 달리다보면 어느새, 당당하게 행복한, 모자란 돈이나마 정당하고 보람있게 벌어서 현명하게 쓰며 착하게 자유를 누리는 유능하고 바람직한 어른이 되어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그런 어른이 된다면 전쟁도 기아도 착취도 환경파괴도 봄에 눈녹듯 사라질지 모른다. 커피도 박카스도 비타500도 우리의 뿌듯한 노력을 응원하며 24시간 대기중이다.
@.
엄기호가 만난 우리는, 스무해 남짓 공공교육의 터널을 지나오면서 이미 이 논리를 체득한, 평범한 우리다. 우리들 중 누군가는 가족의 적당한 지원 혹은 스스로의 재능과 노력, 약간의 행운을 구사해서 바늘구멍을 통과하고 아직 뒤쳐진 우리에게 본보기가 되어준다. 어쩌면 가족의 지원은 모자랄수록 좋겠다. 나태한 스스로를 자극하는 더 좋은 본보기가 되어줄테니까. 보은이의 말마따나 ‘… 대학생들은 자유로운 시간에 책도 많이 읽어야 하지만 동시에 전공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한다. 샤회적 네트워크도 넓혀야 하지만 동시에 스펙을 쌓기 위해 세상과 단절되기도 해야 한다. 여행을 통해 견문을 넓히기도 해야 하지만 학점 관리도 해야 한다. 한편에서 원칙적이어야 하면 서 다른 한편에서는 유연해야 한다.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교양도 가지고 있어야 하면서 목표지향적인 냉혈이어야 하면서 동시에 대인관계도 좋아야 한다.’ 실제로 이 조건을 충족하는 친구들이 있긴 있으므로 이것은 불가능한 조건이 아니라는 게 증명되었고, 우선 이런 자격을 갖추어 능력을 인정받아서 세상에 뛰어들어 윤리적인 사회구성원의 전형으로 눈부시게 활동하는 것이 우리 세대 성공의 규칙이 되었다. 많은 명사들이 멋진 인생을 살고 싶다면 이 규칙을 이해하고 마음 깊이 새기라고(게다가 넌 할 수 있다고) 진심어린 조언을 해준다. 그러나 나는 단 한번도 이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것은 너무 가혹하고 힘겹고, 사실은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않는다. 파국을 유예시키고, 불안을 희석시키며, 죄의식을 덜어줄 따름이다. 뿌리깊은 모순을 침묵속에 덮을 뿐이다. 다들 착하게 사는데 다들 힘들고, 다들 자유롭지만 그 자유는 행복을 잊고 살 자유다.
군수업체는 망하는 법이 없고 투자은행은 망했다가도 부활하고 석유 회사는 새롭게 거듭나고 화학 회사는 어떤 ‘실수’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 것이 의아한 와중에 방콕은 유례없는 홍수로 물에 잠겼고 아프리카는 기록적인 기근으로 한방울 아까운 눈물을 떨군다. 글모르는 아이들한테 커피콩이나 골라따게 해서 겨우 벌어들인 먹거리가 사람 수에 비해 턱도없이 모자라니 배고픈샤람들끼리 서로 총을 들어 머릿수를 줄이고 있는데, 몬산토에서 개발한 농약을 먹고 자란 몬산토에서 낳은 슈퍼 옥수수는 석유를 넘어선 석유회사가 개발하는 신재생에너지의 재료가 되어 자동차를 배불리 먹이기 위해 다 삭아버렸다. 화면 안에서 콜라를 마시던 귀여운 북극곰은 늘 하던 대로먹고살아보려다 물에 빠져 죽거나 인간이 진짜로 자기들을 귀여워하는 줄 착각하고 마을에 내려가밥좀 달라 알쌍대다 총에 맞아죽으니 얼마 못가서 정말 광고에서나 볼 수 있겠다.
이런 세상이, 말이 되냐고 말해도 보지만, 대체로 침묵 속에 그나마 돌아오는 대답이란 ‘그럼 네가 빌게이츠 처럼 성공해서 너 하고싶은 대로 세상을 바꾸면 되겠네’ 종류의 것들이다. 응원과 함께 정성스레 책을 추천받는데, 성공한 사람들의 전기, 착한 사람들의 전기, 성공해서 착한 일을 하는 샤람들의 전기, 착하게 성공한 사람들의 전기. 정치인, 경제인, 운동선수, 연예인, 종교인, 예술가, 과학자, 작가, 사회운동가… 분야별 시대별로 온갖 종류라, ‘세상에 잘난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아직도 엉망진창인걸 보니 아무래도 인간세상은 원래 말이 안되는 건가보다…’ 싶어진다. 이들만큼 잘난것도 아니면서, 책 한권 펴낼 잘냔 구석도 없으면서 세상이 이상하다며 통채로 뜯 어 고치고 싶어하는 마음이라니, 덜 자란 계몽 대상으로 취급 당할만도 하다.
그렇지만 아직도, 나는, 수많은 우리들은, 지칠 때면 가끔 한숨을 쉬며, 순진하고 어리석고 외롭게 바란다. 이것이 결론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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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지구는 유달리 휘청거렸다. 튀니지와 이집트를 지나 리비아까지 독재정권의 도미노 몰락은 그렇다 쳐도 영국, 스페인의 폭동은 많은 사람들을 불안하게 했다. 이것이 다 경제위기와 청년실업 때문이겠지만… 가을에는 금융의 심장 월스트리트에 사람들이 모였다. 폭동으로 치닫지는 않고 있지만 한달이 지나도록 점령시위의 의지는 무뎌지지 않는다…. 이것이 다 정말 경제위기와 실업 때문일까? 시장이 넓어지고 고용이 늘어나고 국가 재정이 튼튼해져 복지가 확대되면 모두 열심히 일하겠다고 즐거워하며 일터로 돌아갈까? 프랑스는 학업도 무료이고 실업자도 굶지 않는다는데 왜 폭동이 일어났을까?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며 고급 아파트에 산다는 전직 해군은 왜 오클랜드 시위에 나갔다가 부상을 당했을까?
주코티 공원에는 보통의회general assembly라는 발언 및 회의 장소가 있다. 경찰이 마이크와 스피커를 허가해주지 않아서, 이 발언대에서 하는 말은 민중 전원 방식people-powered이라는 최신식 설비로 증폭된다. 연사가 한 구절을 말하면, 주위 사람들이 그 구절을 따라해 뒤로 전달하고, 전달받은 사람들은 들은대로 그러나 거기에 자신의 공감까지 실어서 뒤에 있는 사람들에게 차례로 전달해주는 것이다. 여기서 모든 이는 서로의 말을 귀기울여 듣고, 나의 말에 귀기울이는 서로에게 말한다. 엄기호가 말했던, the right to speak를 넘어서는 the right to be heard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몇주 전에는 전지구적 인기 철학자라는 시대의 레어템 지젝이 빨간 티셔츠를 허술하게 입고 발언대에 섰다. 지젝은 Liberty Square의 사람들에게 말했다. “우리는 시작이다. 끝이 아니다… 금기는 깨졌다. 우리는 대안에 대해 생각할 수 있고, 해야만 한다… 그들은 우리보고 몽상가들이라고 한다. 진짜 몽상가는 이제껏 해온 방식대로 계속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들이다. 우리는 꿈꾸고 있는게 아니라 악몽으로 되어가는 꿈에서 깨어나고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아무것도 파괴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 체제가 어떻게 스스로를 파괴하고 있는지 목격하고 있는 것 뿐이다… 우리가 갈 길은 멀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진짜로 추구하기를 두려워하지 말자.”
이들이 대표한 시대정신과, 이들이 이룬 진정한 말할 자유가 두달만에 이룬것을 살펴보면 … 별것이 없다.
수억원어치의 지원물품이 쌓이고 지젝이 뿌듯해하는 주코티 공원에서 수천명이 두달동안 한 일이 서로에 대해, 세상에 대해 터놓고 얘기를 나눈 것 뿐이라니. 의회에 정책 제안을 한 것도 요구서한을 전달한 것도 아니고 새로운 정당을 만든것도 아니고 바로 옆 골목 투자은행 샤무실에 가서 집을 잃고 세금을 바친 정당한 분노를 터뜨린 것도 아니고, 다만 모인 사람들끼리 같이 먹고자고 이야기하고 책을 읽고 노래하고 춤추며 고민하고, 그것을 인터넷에 올려서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코티 공원에 Liberty Square라는 새 이름을 지어주었다. (이집트 타흐리르 광장의 오마쥬일 터이다.)
이것이 그동안 이들이 한 일의 전부인데, 어쩌면 그것이, 삶의 전부이기도하지 않았던가. 먹고 자고 이야기하고 공부하고 놀고 나누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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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라는 거창한 제목의 소설이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현명하고 위대한 우주 종족은 존재에 대한 고뇌에 질린 나머지 슈퍼컴퓨터 ‘깊은 생각’을 만들어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답’을 묻는다. 슈퍼컴퓨터는 수백만년의 숙고 끝에 도도한 답을 내놓는다 - 42. 텅 빈 답 앞에서 망연자실한 위대한 종족은 그럼 모든 것에 대한 질문은 무엇이냐고 따져 묻지만, 슈퍼컴퓨터는 질문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자신보다 더 좋은 컴퓨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답한다. 이윽고 ‘궁극의 질문’을 찾기 위해 우주 역사상 최고 성능의 컴퓨터가 설계 제작되는데 그것은 바로, 지구이다.
세상은 이해할 수 없는 게 맞을 것이다. 나의 삶과 다른 사람의 삶, 우리의 삶, 우주와 모든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우리는 의문을 가진다. 그리고 삶을 마주하는 가장 솔직한 질문을 우리는 모순이라고 부른다.
복잡한 질문 표현하기도 곤란한 두려운 질문은 서로 다른 삶이 만날 때 발명된다. 또한 그것이 곤란한 질문이기 때문에 우리의 삶을 바꾸고 우리의 관계를 바꾼다. 새로운 시도는 어려운 것이라 때로는 실패하고 이제까지 겨우 지켜온 각자의 삶에 상처를 낼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우리가 배운만큼 약하지는 않다고 생각해보자. 우리의 삶을 너무 아끼지 말자. 우리는 그 정도 상처에서는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서로를 오해하고 이해하며 깨달은 것들이, 지젝이 지적했듯 정말 잔혹한 폭력, 우리 삶의 배경으로 강요되는 구조적 폭력으로부터 어떻게든 우리 스스로를 구할 것 이다. 우리 삶을 나눔으로써 새롭게 알아낸 많은 모순들이 심지어 분노를 일으키겠지만, 스테판 할아버지의 ‘분노할 것에 분노할 때 거대한 역사의 흐름의 일부가 되며 그 흐름이 우리를 더 많은 정의와 자유로 이끈다’는 당당한 선언을 믿어보자. 그러니까 모순을 찾기 위해서 좀 더 서로를 만나고 이야기하고 귀기울이자. 질문을 찾기 위해 연대하고 실존적으로 답을 찾자. 우리가 찾아내는 질문이 42를 답으로 갖지 못한대도 괜찮다. 질문에 대한 우리 각자의 답이 다 달라도 괜찮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더 깊은 질문을 캐낼 수록, 세상은 더 넓고 풍요롭게 될 것이고, 우리에게 더 많은 상상과 진짜 자유를 허락할 것이다.
결국 성공적인 삶이란 모순의 총합이거나 종합이고, 그래서 그것은 개인의 삶이 아니라 우리의 삶일 수밖에 없다. 처치곤란하게 쌓여버린 모순 덩어리이든 조화롭게 어우러져 빛나는 무엇으로 거듭난 것이든, 자기 안에 안전하게 갇혀서 모순을 만나보지도 못하는 삶보다는, 깊고 따뜻할 것이다. Liberty Square에 모인 침낭에서처럼.
그래서, 따뜻한 삶을 꿈꾸는 다른 누구보다 나에게 용감하게 바란다. 누군가를 만나고 이야기하고 함께 점령하자. 지구 위의 어느 거리보다 먼저, 나의 삶을 거기에서 시작해보자.
* 여러가지 일로 11월 5일까지 보내지 못했습니다. 한참전에 응모하기로 마음먹고 대충 써뒀는데 서점 지나치다 확인해보니 당장 다음날까지라 포기했다가, 조금이라도 써놓은 글 아까워서, 그리고 누군가 이런 긴 글을 읽어줄 샤람에게 읽혀지고 싶은 수줍은 생각이 들어서…;; 많이 늦었지만 마무리지어 보내봅니다. 그런데 다 쓰고 나니 서평이 아니라 그냥 올해를 돌아보는 에세이가 되었습니다. 늦기도했고… 응모자격이 없다고 판단하셔도 매우 괜찮습니다. 그저 누군가 읽고 응답만 주세요!? 선정적인 상금을 걸고 행사를 기획해주신 덕분에(ㅋㅋ) 좋은 책 추천받아 여러 권 즐겁게 읽었고 뭣보다도 아주 않은 생각을 했습니다. 넘치는 생각 갈무리해서 흔적을 남겨보겠다고 이 게으른 샤람이 컴퓨터를 켜고 며칠 끙끙대며 쓰고야 말았습니다. 매우 감사합니다. 귀 서점의 사업에 무궁한 번창까지는 뱌라지 않고, 여러가지 글과 여러가지 사람들이 모여서 섀로운 질문을 상상하는 곳으로 계속 버텨 주시기만해도 감샤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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