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원 인생’이 사람들에게 던지는 ‘비정규직’에 대한 메시지
새내기부문 3등작
‘4천원 인생’이 사람들에게 던지는 ‘비정규직’에 대한 메시지
안수찬 외, 『4천원 인생』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과학교육계열 김봉준
이 책은 4명의 기자가 직접 4곳의 노동 현장을 체험하여 쓴 책이다. 그 4곳의 노동 현장은 갈비집과 감자탕집, 대형마트, 가구공장, 가전제품 공장이었다. 이곳은 모두 일할 ‘몸뚱아리’는 있지만 말할 ‘입’은 없는, 노동‘자’가 아니라 그저 노동‘력’으로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일하고 있는 노동현장이다. 이런 노동 현장에서 기자들은 기자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포기하고 신분을 숨긴 채 철저히 비정규직의 삶을 살아간다. ‘기자’로서 그들의 삶을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어쩌면 노동력)’의 신분으로 그들의 삶을 ‘체험’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을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허리가 아파도 뜨끈한 방에 잠깐 편히 누워있는 것조차 눈치를 봐야하는 식당 아주머니부터 마트의 다른 판매원과 경쟁하며 살아남고자 발버둥치는 마트 판매원들, 스스로를 ‘불법 사람’이라고 말하며 매일 단속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일을 하지만 일을 할 수 있는 것 자체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이주 노동자들, 노동자이기 전에 그저 생산 공정 중 한 과정으로만 취급당하는 가전제품 공장 노동자들까지. 잠자는 시간 외엔 대부분의 시간을 노동하면서 보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하지만 노동자로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그들. ‘제대로 사는 것’을 바라는 게 아니라 그저 ‘사는 것’을 바라는 그들. 그런 비정규직에 대해 이 책은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이 기자들이 직접 ‘그들’이 되었는지 얘기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 누구도 그 입장이 되기 전까지는 그 상황을, 마음을 100% 이해하지는 못하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상당히 가치 있는 책이다. 그들 밖에서 그저 그들을 보고 묘사한 글이 과연 독자들에게 어떤 공감을 불러일으켜 줄 수 있을 것인가. 단 지 그들의 모습을 묘사한 글은, 독자들로 하여금 그들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더 깊이 인지하도록 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그들의 생활을 묘사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직접 그들의 입장이 되어서 그 순간만큼은 자신의 생활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렇게 하면서 우리가 빈곤 노동의 현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물론, 그 비정규직으로서의 생활이 그들이 평생 짊어지고 가야할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이 기자들은 그 일이 아니면 먹고 살 길이 막막한, 그래서 평생 그런 고통들을 참고 견디며 살아가야할 노동자들의 마음을 전부 읽어내지는 못했다는 한계도 있다. 이 기자들은 한 달 정도만 버티면 다시 기자로, 정규직으로 돌아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시도를 하면서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비정규직에 관한 다른 어떤 책들보다 더 쉽게 그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이 책에는 현재의 노동법 현황,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투쟁, 노동조합 등의 머리 아픈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비정규직’이라는 자칫 무거워 질 수 있는 얘기를 직접 체험하면서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쓴 것이다. 어쩌면 당장의 살 길이 막막해 저런 것들을 신경조차 쓸 수 없는 그들의 삶을 우회적으로 보여준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을 쓴 4명의 기자는 각기 다른 4곳의 장소에서 각기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하고 있지만, 결국 모두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 식당 아줌마, 마트 판매원, 이주 노동자, 가전제품 공장 용역. 겉으로 보면 나이부터 시작해서 일하는 장소, 하는 일까지 모두 달라 보인다. 하지만 이들은 하나. ‘열심히 일해도 시급이 4천원이 안 되는’ 노동자들이라는, 그들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 만한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또 하나는, 그래도 그 일을 그만 둘 수 없는 그들의 처지이다. 그들은 모두 생계를 자신이 책임 져야 하기 때문에 단 몇 푼이라도 벌어보려고 일을 시작한다. 그 일이 아무리 힘들고, 아무리 진절머리가 나도 그들은 그 굴레를 벗어날 수가 없다. 그들은 지금 당장 돈 몇 푼이 아쉬운 비정규직 노동자이니까. 너무 지친 노동에 못 견디어 일을 그만 두어도 그들은 다시 또 비정규직 노동자가 되길 자처한다. 사회는 도무지 그들이 ‘빈곤 노동’에서 헤어 나오길 허락하지 않는다. 그들은 해본 일이 그것뿐이니 계속 그 일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이처럼 제각기 다른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던 그들은 이렇게 가슴 아픈 끈으로 서로 엮여있다. 눈을 뜨고 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기계처럼 일만 하는 그들에겐 사소한 웃음조차 남의 일이다. 식당에 와서 웃고 떠들며 음식을 먹는 일도, 카트를 밀며 여유롭게 마트에서 장을 보는 일도, 일하는 사람들에겐 허락되지 않는다. 가장 가까이에서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도 쉽게 하는 일인데도 말이다. 그런데, 그들은 그런 일을 욕심내지도 않는다. 그런 일들이 이미 그들에겐 먹고 사는 데에 필요하지 않은 일이 되어버린 탓일까. 그들은 그곳에서 자신들에게 필요한 건 그런 ‘여유’가 아니라 ‘일자리’라는 것을 너무도 뼈저리게 잘 알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이런 눈물 나는 사연을 알고 난 후에, 우리는 식당에 가서 반찬 하나 더 달라고 하기도, 마트에 가서 시식 코너를 찾아다니는 일도, 가구 공장에서 가구를 구경하는 일도, 어떤 전자 제품을 하나 사는 일도 모두 편하게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미 우리는 그런 일들에는 고스란히 다른 어떤 이들의 고통과 희생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외면하기에는 그 사실들이 너무 안타깝게 다가온다. 하지만, 그런 안타까움이 그저 그 마음으로만 끝난다면 그 노동자들의 처지는 더 비참해지지 않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이 책이 단지 그들에 대한 연민과 동정만이 아니라 거기서 나아가 어떤 걸 요구하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앞에서 말했듯이, 이 책은 대부분 그들의 삶, 그들의 생계에 대한 얘기로 이루어져 있을 뿐, ‘비정규직’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은 보이지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그들의 노동 현실에, 그들이 살아가고 있는 방식에 같이 가슴 아파하고 눈물을 흘렸지만, 무엇이 ‘비정규직’이라는 개념을 등장하게 했던 것인지, 왜 현실은 그런 비정규직을 외면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대답은 찾지 못했다. 이런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는 왜 비정규직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에는 적절한 답을 내놓고 있다. 이 책의 목적을 비정규직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하는 것이라 본다면 그 목적은 달성했다고 생각된다. 비정규직에 대한 더 깊은 물음이나 논의도 일단은 비정규직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시작될 테니, 이 책은 비정규직에 대한 얘기를 하기 위한 도입 정도의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우리는 이 책을 읽고, 단순히 이 책에 나오는 노동자들에 대한 연민과 동정만을 느낄 것이 아니라 거기에 더 나아가서 ‘비정규직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걸 얘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런 뼈아픈 비정규직, 빈곤 노동에 대한 현실을 알고 난 후에 독자들의 그들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비정규직에 대해 관심으로 옮아갈 것임을 이 기자들은 기대하고, 또 분명 그렇게 될 것임을 알았던 것이다. 우리는 이제 그들에 대해 더 절절하게 공감할 수 있고, 비정규직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계기를 가지게 된 것이다. 그 관심은 또, 비정규직에 대한 더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게끔 할 것이다. 이 책이 요구하는 것은 바로 그것이다. 우리로 하여금 비정규직을 외면할 수 없게 만드는 것. 식당에서 반찬 더 달라고 요구할 때도, 마트에서 시식을 할 때도, 가구, 전자 제품을 하나 살 때도 그런 비정규직이 우리의 생활과 전혀 무관하지 않다는 걸 인지하고 그들의 삶을 한 번 생각해보게끔 하는 것. 이 책에 등장하는 ‘비정규직’의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내가 사는 세상’의 이야기라는 걸 인식하게 하는 것이다. 독자들이 그것을 이해하게 된다면 짧은 기간이나마 노동 현장의 가장 밑바닥에서 고생했던 기자들의 수고가 헛되지 않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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