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사회에서 ‘정(淨)-부정(不淨)’ 구분이 가지는 의미

여타수록작

인도 사회에서 ‘정(淨)-부정(不淨)’ 구분이 가지는 의미

이경학・이광수의 〈암소와 갠지스〉를 읽고

국어교육과 안희진


‘인도? 그 더러운 나라?’

1996년 방영되어 인기를 끌었던 ‘목욕탕집 남자들’이라는 드라마에서 위 대사가 나온 이후, 신문을 비롯한 언론에서는 해당 방송사에 사과를 요청하며 위 대사를 쓴 작가와 방영 방송사에 큰 비판을 가했다. 나는 당시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어 이러한 문제에 별 관심은 없었지만, 이 사건 이후로 문화의 상대성 개념을 알게 되었고 각 문화에 대한 존중을 배우게 된 터라 10년이 지난 지금도 이 사건이 머리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사실 지금도 인도의 생활 풍습을 다룬 다큐나 책들을 보면서, 위생적으로 인도가 상당히 깨끗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암소와 갠지스’ 책을 읽고 난 후, 인도에서 ‘깨끗함’의 개념은 우리가 생각하는 위생적인 깨끗함이 아니라, ‘정(淨)-부정(不淨)’ 혹은 ‘정-오염’의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보통의 사람들은 인도의 성우 사상과 갠지스 강에 대해 단순한 성스러움의 개념이나 ‘사실은 경제적으로 필요해서’라는 경제학적인 입장으로만 알고 있다. 그리하여 입장간의 갈등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둘 중 하나만을 좇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보다 자세한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서는 ‘정-부정’의 개념을 바탕으로 살펴보아야 하며, 인도 사회를 바라보는 데 인도에서의 깨끗함이란 어떤 것인지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나는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여러 부분의 내용을 ‘정’과 ‘부정’의 개념을 통하여 연결해 보고 그것이 인도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에 중점을 두고 이해하려 한다.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사회구조적 문제로 들어가기 전에 먼저 일상 속에서 ‘정-부정’을 파악해보자면, 그것은 인도사회를 바라보는 타국의 시각을 수정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드라마에서 인도를 ‘더럽다’고 표현했드싱, 대부분의 외국인의 시각은 소똥을 만지는 것과 오염된 갠지스 강에서 목욕하는 모습에만 주로 국한되어 있다. 물론 이러한 사실은 실재하는 사실이나, 인도사회에서 위생적으로 더러운 것과 성스러운 사상에서 보는 더러움은 다른 더러움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갠지스 강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모여 목욕을 하고, 또한 화장을 하며 타다 남은 시체를 강으로 던져 수장하기까지 하기 때문에 위생적으로 당연히 좋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인도인들에게 갠지스 강은 영적으로 속죄하는 곳이며 더러움을 정화하는 곳이기 때문에 위생적 오염에 관계없이 영적인 깨끗함을 추구하고자 갠지스 강에 들어가는 것이다.

한국 사회의 무속을 살펴보면 인도의 ‘정-부정’의 개념의 이해가 더욱 쉬울 것이라고 생각된다. 중요한 시험을 보는 날 거울을 깨면 매우 부정한 것으로 여긴다든지, 방아 찧는 소리를 성행위 소리로 간주하여 방아 소리 듣는 것을 부정하게 생각하는 등 부정한 것에 관한 사례는 한국에도 여러 사례가 있다. 이처럼 한국에서도 똥이나 오줌처럼 위생적으로 더러운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추구하는 가치에 반하거나 기원하는 대상에 불길함을 가져다 주는 것이 ‘부정’으로 파악된다. 다만 인도에서 암소와 갠지스를 바라보는 것은 보다 사회적 체계가 누적되어 있고 그것이 사상-경제-사회를 포괄하는 거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인도의 특성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이 책은 인도 사회에서의 ‘정(淨)’ 개념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이를 책의 챕터 곳곳에서 적용시켜 놓음으로써 독자가 인도사회 여러 부분에서 ‘정-부정’이 끼치는 영향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훌륭한 점이라 생각한다. 이에 책의 논의를 따라가며 생각해보니 ‘정-부정’ 개념은 인도 사회에서 성스러움을 넘어서서 경제적인 부분까지 영향을 끼쳐 사회 계급의 인지적 변동을 가져왔다는 것이 느껴졌다.

책에 따르면 인도에서 카스트의 계급은 암소와 관련하여 얼마나 ‘정’이고 ‘부정’인지에 따라 나뉘는 듯하다. 우선 암소는 살아있음으로 신성함을 인정받고, 신성한 암소일지라도 그것이 죽음에 이르면 부정한 것으로 취급된다. 브라만교에서 불살생을 받아들인 후에는 제사를 지낼 때에도 얼룩 암소와 불임 암소만이 희생물로 바쳐지고 온전한 암소는 제물로 바쳐지는 것이 아니라 보호되어야 했다. 따라서 온전한 암소를 보호하고 불온전한 암소만으로 제사를 지내며 쇠고기는 입에 대지 않는, 즉 ‘정’한 일을 맡은 사제 계급이 브라만으로 가장 높은 계급을 차지하고, 죽은 소를 처리하는 일을 맡거나 피를 흘리는 출산과 관련된 일을 하는 계급은 ‘부정’하다고 하여 가장 천한 계급으로 치부된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서도 소를 잡는 백정과 사형수의 목을 베는 망나니가 사회적으로 천하게 취급받고 계급사회의 가장 하층에 있었던 예가 있다. 이를 통해 파악해보면 ‘정-부정’ 개념에 대한 인도와 한국(특히 조선)의 인식이 비스샣ㅆ다고도 여겨지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유교중심 국가로서 ‘충효’의 실천과 학문의 정도, 부계혈통이 기준이 되어 사회의 체계가 잡혔다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조선사회에서 백정과 망나니의 ‘부정’에 대한 반대급부로서의 ‘정’으로 양반사회가 구축되었다기에는 무리가 있다. 반면 인도의 카스트에서는 소의 도살과 같은 금기시되는 부정이 존재하고, 반대급부인 정도 함께 존재함으로써 정과 부정의 상호작용에 으해 계급이 서열화되는 현상을 낳은 것이다. 즉, ‘정-부정’의 개념이 계급의 서열화에 있어서 가장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카스트가 암소와 관련한 ‘정-부정’의 개념과 연관이 클 경우, 이 개념이 흔들리면 카스트의 지위에도 변화가 오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들게 된다. 이에 대해서 책은 경제적인 이유를 제시하며 의문을 어느 정도 해소해 주었다. 전통경제체제가 해체되고 자본주의 경제가 도입되면서 암소 사육, 우유 판매 등의 일을 담당하고 있는 카스트들의 경제력이 향상되고 인지적으로 상승된 계급이 된 예를 제시한 것이다. 더 심한 경우로는 암소 가죽을 다루는 계급의 활동이 근대가 되면서 암소가죽의 오염도 인식이 낮아짐에 따라 막강한 영향력을 휘두르는 계급이 되었다는 예도 있다.

이는 역시 조선 말에도 중인층의 경제적 부흥이나 자영농민의 부농화현상이 있었던 것과 대비하여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동안 조선 사회에서 중심가치였던 유교적 학문의식과 가부장제에 의거한 혈통의식이 현실적 경제문제에 의해 조금씩 무너졌듯이, 인도에서도 근대 자본주의의 영향으로 암소 가죽이 갖는 오염의식이 사회적으로 예전처럼 강력하게 행사되지 못함으로 계급의 인지적 변동이 수반된 것이라 생각할 수 있겠다. 물론 암소 사육과 우유 판매를 넘어서서 죽은 암소의 가죽을 담당하는 층에까지 실질적 계급의 변동이 적용된 것은 100% 긍정하기 어려우나 ‘정-부정’이라는 사회의 지배 개념이 사상을 넘어서서 경제-사회적으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는 사실이다.

이처럼 인도에서 정한 것과 부정한 것은 사회구조를 지탱하고 변화시키는 중요한 기제로서 작용해 왔으나, 최근에는 인도 정부 차원에서, 사상적 측면의 ‘정’과 환경적 측면의 ‘정’을 구분하여 생활하려는 의도가 보이는 듯하다. 이는 특히 갠지스 강과 관련하여 시행되는 정책인데, 암소에 있어서는 위생적으로 그닥 좋다고 할 수 없는 소똥을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 가스시설을 고안하는 것과 대비되는 상황이다. 이는 함께 ‘정-부정’의 개념으로서 파악되는 산물이라 할지라도 암소의 소똥은 환경적, 경제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지만 갠지스 강의 오염은 그렇지 못하다는 데서 정책을 달리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그렇다고 갠지스 강에 대한 신성도가 떨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며, 다만 위에서부터 조금씩 사상적 성스러움과 환경적 실태를 분리하여 강을 보전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한 노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 보전을 위한 여러 노력이 아직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대부분의 인도인들이 예전과 다름없이 갠지스 강에서 여러 생활 활동을 한다. 이는 인도 사회에 뿌리 박혀 있는 성스러움의 개념과 깨끗함의 개념이 갠지스 강에 대해 아주 강하게 남아있음을 뜻한다. 나름의 개혁으로 생각되는 갠지스 강의 청소 노력이 오히려 나에게는 인도인의 생활에서 정과 부정의 개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었다.

이상으로 ‘암소와 갠지스’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정-부정’의 개념과 그가 인도 사회에 끼친 경제적, 계급적 상황과 인식의 변화를 나름대로 풀어내보았다. 물론 인도에는 ‘정-부정’으로 대표되는 암소와 갠지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도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IT기술과 수많은 인재를 보유한 교육열 높은 국가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나 IT기술과 성스러움에 대한 종교적 태도가 결코 배치되는 것은 아니며, 여러 측면 모두가 인도를 보여주는 현상으로서의 가치는 동등하다. 이렇게 ‘암소와 갠지스’ 책에서 ‘정(淨)과 부정(不淨)’의 개념을 여러 현상에 기초하여 논의한 것의 영향으로, 나 또한 인도를 다양하고 다원적으로 파악하는 데 진일보한 듯하다. ‘정-부정’의 사회적 의미를 살펴보며 여러 부분에서 한국 사회의 그것과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보다 발전된 내용을 바탕으로 인도와 한국의 ‘정-부정’ 개념을 분석해 보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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