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오면 20주년 기념 서평대회 심사평

심사평

서울대학교 국문과 방민호 교수님


1988년 12월에 지금의 신림9동 녹두거리 옆에 생겨난 〈그날이 오면〉은 지금은 서울대학교 부근에 자리잡고 있는 유일한 인문사회과학 전문 서점이다. 1980년대에는 지금의 〈그날이 오면〉 맞은편 자리 도림천 건너편에 〈열린책방〉이, 〈그날이 오면〉옆자리에 〈전야〉라는 서점들이 있었지만 어느땐가 사라져 버렸다. 그 후로 서울대학교 학생들의 교양과 비평 정신 함양에 커다란 공헌을 해온 서점으로는 〈그날이 오면〉이 유일했다.

이 점에서 이번에 〈그날이 오면〉창립 20주년을 기념하는 서평대회는 그 뜻이 매우 깊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전반적으로 책을 읽지 않는 풍토가 만연한 가운데 한 사회의 지성의 척도라고 할 만한 대학생들 역시 물질적 가치에 경사되는 경향이 깊다. 이것은 하나의 병리적 현상이라고 할 만한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대학 사회 전반적으로 이러한 비정상 상태에 대한 경각심이 높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서평대회는 단순히 한 인문과학 서점에서 주관하는 소박한 독후감 대회라는 의미 이상으로 매우 인상적이다. 특히 서울대학교 총학생회가 〈그날이 오면〉측과 함께 대회를 주관하여 이 일의 가치를 더욱 높여 주었다고 생각된다.

모두 80여편에 달하는 많은 작품이 응모한 가운데 책의 내용을 성실하게 이해하면서도 빛나는 비평정신을 보여준 글이 많았다. 이 점은 우선 반갑게 생각해야 할 대목이다. 서평은 비판이 앞서기만 해도 안 되고, 내용 소개에만 치우쳐도 안 되며, 무엇보다 미려한 구성력과 문체까지 보여주어야 하는 까다로운 글쓰기 장르다. 이러한 전체 과정을 어떻게 통어해 나가느냐 하는데서 우리는 비평정신과 창조적 정신의 만남을 목도하게 된다.

〈그날이 오면〉의 존재가치를 믿고 서울대학교 학생들의 지성의 높이를 사랑하는 여러 분들 가운데 심사를 맡을 수 있게 된 우리 여섯 사람은 모두 두 차례에 걸쳐 진지한 취사선택과 토론을 진행하여 모두 열 세 편의 수상작을 결정하게 되었다. 이 작품들 모두가 훌륭하지만 여기에 이 모든 내용을 언급할 여유가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대상으로 선정된 글은 명수민 군의 〈‘돌봄’을 다시 사고하기〉(《보이지 않는 가슴》 서평)다. 이 글은 냉정한 경제학 체제와 신자유주의 시장 경제가 안고 잇는 문제들을 냉철하고도 감성적으로 분석, 평가하는 안정된 시각을 보여주었다.

2등으로 선정된 글은 김건우 군의 〈실천적 실천을 한 실천적 철학자 전태일〉(《전태일 평전》 서평)이다. 저내일은 한국사회의 양식을 지키는 항성과 같은 존재다. 그에게서 철학자를 발견할 수 있었던 시각의 새로움과 깊이가 돋보이는 글이다.

3등은 김동근 군의 〈진정한 팬이라면, 진정 다른 삶을 살고 싶다면〉(《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 클럽》 서평)과 하노이 양의 〈사랑과 혁명을 꿈꾸는 ‘나’와 ‘우리’의 20대를 바라며〉(《그의 20대》서평)의 두 작품을 공동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이 두 글은 책을 읽는 진지한 태도와 성실성이 좋아 보였다. 어느 한 작품을 누락시키기가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주최 측의 성의가 작용하여 좋은 결과를 빚게 되었다.

당선작으로 선정된 주인공들에게 심심한 축하를 드린다. 학생문화의 건강성을 보여준 좋은 글들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자리를 빌려 한 가지 첨언해 두고자 하는 것은 서평은 단순한 레포트와 다르다는 것이다. 서평은 책을 읽는 사람의 지성과 감성이 한데 어울려 더 높은 사유의 단계에 도달하는 과정 및 그 결과를 개성적이면서 논리적인 문장으로 표현해 나가는 ‘예술적 과정’이다. 물론 건조한 문장도 그것대로 건축적인 사유를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문체로 기능할 수 있다. 그러나 주체적인 창조의 과정이 누락된 건조한 문장은 서평의 몫을 감당하기 어렵다. 더욱이 남의 글을 베끼거나 인터넷에서 논리만을 빌려오는 방법은 어떤 글에서나 환영받지 못할 일이다.

다시 한 번 이 뜻 깊은 대회에 참여해 주신 분들게 깊이 감사드린다. 〈그날이 오면〉이 서울대 인근의 비평적 지성의 중심 공간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서울대학교 학생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지성의 향상이 있기를 기원한다.

이번 서평대회에서 수고해주신 심사위원

조흥식 사회복지학과 교수

방민호 국문과 교수

차병직 변호사

임종태 화학과 교수

고병권 수유+너머 연구실 대표

김동운 그날이오면 대표

모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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