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국가의 역할〉
여타수록작
장하준, 〈국가의 역할〉
외교학과 박예경
*핵심단어*
신자유주의 (신고전주의, 오스트리아학파, 하이에크)
제도주의
국가(또는 정부)의 개입
시장
규제
*서론*
‘수요와 공급의 그래프위의 한 점으로 수렴하는 시장의 균형기능은 옳고 지당하며, 지구화하는 국제체제 속에 시장의 개방은 경제성장의 필수조건이다.’
개혁과 개방만이 경제성상으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했던 자유주의적 시장논리는 우리가 배워온 정치경제이론의 저변에 자리 잡고 있는 신앙고백과도 같은 신념이다. 그러나 이런 자유주의적 이론들은 과연 어디에 기반 한 것인가? 국제사회에 시장을 개방하면 할수록 느끼는 상실감은 다만 상대적 빈곤감에서 오는 것인가?
장하준은 우리가 단 한번 의심조차 하지 못했던 자유주의의 명제들을 흔들어 놓는다. 그의 이론은 단지 우리의 사변과 언변의 추상적 세계의 변화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국가체제, 경제정책, 우리의 삶 모든 것과 연관될 수 있는 정치영역의 변화를 요구 하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모래위에 세운 자유주의적 믿음의 성’을 흔들어 놓는 그에게 질문을 던진다. 저자와의 대화를 통해 먼저 그의 논의의 핵심이 되는 개념들과 그 자신의 국가관 또한 제도주의적 정치경제론에 대해 들어보고, 두 번째로 오늘날의 국제정세의 현안이 되는 지적재산권 문제와 무역개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고 한다. 끝으로 다분히 한국을 겨냥했음직한 그의 이론이 한국경제에 갖는 함의와 한국의 산업화과정에 대한 평가를 들어보자.
박예경(이하 박): 바쁘신 중에도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책은 잘 읽었습니다. 〈국가의 역할〉을 읽으면서 공감했던 부분과 개념정의를 명확히 해야 하는 부분들에 대해 더 이야기를 나누고자 이렇게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장하준(이하 장): 반갑습니다.
1. 이론적 논의
1.1 개념화: 국가, 시장, 규제
박: 선생님의 저서의 논리적 흐름을 제 나름의 견해로 거칠게 단순화 하자면 이 책에서는 신고전주의의 학문적 기반과 오스트리아 학파의 호소력의 지지를 받아 탄생한 신자유주의의 시장논리의 허구성을 밝힘과 동시에 그 성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국가가 시장에 개입하는 제도주의적 정치경제론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국제적, 국내적 논의를 해주셨습니다. 먼제 몇 가지 주요의제들의 개념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요. 자유주의의 핵심의제이기도 한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자유주의의 시장개념의 근본적 전제들에 반기를 드셨습니다. 먼저 ‘규제가 없다면 시장도 없다’라고 말씀하심으로써 시장의 ‘선재성’에 대해 비판하셨는데요.
장: 네 그렇습니다. 시장은 정부의 규제나 혹은 다양한 종류의 자기규제의 틀 속에서만 존속가능한 것입니다. 따라서 정부의 규제적 역할은 본질적인 것이라 볼 수 있지요.
박: 공공재의 예처럼 시장이 규제의 틀 안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는 것에서는 동의합니다만 시장이 규제에 의해 창출된다는 것에 대해서는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장이 없는 정부(또는 국가) 역시 존립할 수 없는 것 아닙니까? 더 나아가 규제라는 것이 상황의 발생 이후에 가해지는 반작용의 측면이 강하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시장의 선재성을 입증하시는 오류를 낳게 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어있는 제도인 만큼 논리적 가정일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장: 관점의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어느 것이 시간적으로 우선했다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상대적으로 국가라는 제도적 규제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박: 네. 그럼 다음으로 선생님께서 갖고 계신 국가관에 대해 질문 드리겠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어떤 국가체제에서 제도주의적 정치경제론이 실현가능성이 높다고 보십니까?
장: 책에서는 실현되기 어려운 완전한 민주주의 보다는 소수의 집단에 의해 지배되는 효율적인 엘리트통치체제가 더 바람직하다고 언급했습니다만 소수의 엘리트지배체제가 이상적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다만 완전한 민주주의체제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그것이주는 이익을 상쇄할 만큼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공공의 이익을 완전하게 수렴할 수는 없지만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엘리트통치체제가 차선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 차선의 정치체제를 선택해야 할 만큼 선생님께서 강조하시는 규제란 무엇입니까?
장: 책에서도 언급했듯이 규제의 가장 주된 기능은 ‘공공이익’입니다. 일반적으로 정부가 민간부분의 행위자들의 행위가 공공이익과 충돌하지 않도록 혹은 부합하도록 어떤 것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 직접적으로 명시하거나 금지하는 정부의 의돚거인 행위인 것이죠.
규제의 정의는 논의를 통한 이해만으로는 모호한 점이 있기 때문에 역사적인 정부개입의 변천과정을 살펴보는 것이 용이합니다. 저는 전후 1945년~1970년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규제의 시대로, 1970년~1980년을 정부개입의 실패로 인해 반개입주의 이론들이 등장하는 전환의 시대로, 1980년~현재까지를 상당수국가들이 정부개입을 축소하는 탈규제, 민영화의 시대로 구분합니다.
박: 선생님의 규제란 명확히 범위를 규정할 수 있는 각각의 국가내의 변화라기보다는 전 지구적 차원의 변화에 속하는 국가의 역할수행을 뜻하는 광범위한 것이군요.
이제 자유주의의 방임이론에 대한 비판과 제도주의적 정치경제론의 논의로 넘어가겠습니다.
1.2 제도주의적 정치경제론
박: 선생님의 자유주의에 대한 질문의 근본에는 국가의 규범적 역할에 대한 신뢰보다는 시장의 조절기능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물론 시장에 신뢰와 공정성이 결여되었다는 선생님의 전제에는 동의하지만 시장에 대한 불신에 대한 반대급부로 국가에 대한 신뢰를 가져오는 것 같습니다. 즉 자유방임체제를 (부정적의미의) 이상주의적이라고 비판하셨는데 선생님의 제도주의적 이론 역시 국가의 역할을 어느 정도는 이상화한 것이 아닐까요? 실제로 본문에서 반산업 정책론자들의 질문에 답하셨던 내용은 국가의 순기능의 보장이 아니라 모두 시장도 별다를 것 없다는 역설을 통한 반증이지 않았습니까?
장: 물론 시장에도 일상적 거래와 장기적 계획을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내부적 규제(기업들 간의 계약, 기술협력 등)들이 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또한 국가만이 외부적 규제를 제공하는 유일한 대안은 아니라는 사실도 인정합니다. 그러나 시장에서 결여되어 있는 신뢰와 공정성, 유연성을 공급하는 정태적 자원의 효율성 뿐 아니라 지식, 기술 등의 변동에 대한 조절, 실험의 촉진, 다양성 보존이라는 동태적 차원 모두에서 효율적이라는 점에서 국가의 개입의 효율성은 증명됩니다.
2. 현실적 논의
2.1 지적재산권
박: 좀 더 현실적인 논의로 나가보겠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특허법과 지적재산권에 대한 논의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계십니다. 특허법과 지적재산권을 생산적 성장을 저해하는 ‘지대추구’라고까지 말씀하셨고 지금까지 설득력을 갖고 알려진 지적재산권의 어떤 긍정적 역할도 부인하시면서 심지어 지적재산권의 폐지까지도 주장하시는데요. 지적재산권이 없는 실례는 현재 중국에서 볼 수 있지 않습니까? 각종영화는 개봉이전에 DVD로 복사해 판매하고 있고, 삼성휴대폰을 모방한 ‘Sammang’이나 마티즈를 모방한 ‘QQ’의 사례를 보더라도 지적재산권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는데요.
장: 저는 지적재산의 권리를 전적으로 부인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사유화된 지적재산의 폐해가 지적재산의 공유로 인한 이익을 상쇄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다만 지적재산권제도가 긍정적 효과를 상실한 것이 증명되었고 지대추구적인 역할만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방식의 지적활동의 동기부여를 제안하는 것입니다. 보조금, 수입 장벽, 산업허가제 등의 대안적 제도의 모색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박: 대안적 제도라고는 하셨지만 지적 재산권보다는 약화되는 간접적인 제도이지 않습니까? 선생님의 말씀대로 지적재산권제도에는 어느 정도 부정적 측면이 있지만 아직까지는 이것을 대체할만한 제도를 찾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덧붙여 제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지적재산권에 대한 선생님의 논리는 선생님께서 주로 예로 드셨던 2차 산업분야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진다고 생각하지만 IT산업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2차 산업과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IT산업에는 천문학적인 인적, 물적 투자가 필요하고 결과물의 부가가치도 또한 엄청난데요. 선생님께서는 혁신가는 모방지연과 명성의 이점과 학습곡선에서 먼저 출발한다는 이점으로 인해 얻는 이윤이 충분한 지적인센티브가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지만, IT산업은 기술개발을 위해서는 엄청난 투자가 필요한 반면 모방지연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 산업이기 때문에 지적 재산권이 없다면 정당한 이윤이 투자자에게 돌아가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2.1 국제경제: 자유주의에 입각한 다자주의체제 vs 제도적 보호주의
박: 이제 다른 질문 드리겠습니다. 사실상 오늘날의 국제사회에는 다자주의체제를 구성하기 위한 시장개방의 자유주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지 않습니까? 선생님께서는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민영화와 개방으로 대변되는 자유주의적 시장원리에 맡겨야한다는 어쩌면 너무도 당연하고 단순한 명제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셨는데요. 지나친 비약일지도 모르지만, 만약 선생님의 제도주의적 정치경제론에 입각하여 대응한다면 보호주의라는 또 다른 함정에 빠지게 되는 것이 아닌가요?
장: 개입과 제한의 차이를 생각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국가의 제도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지 시장에 대한 간섭이나 제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국가가 시장의 원리를 압도해 버린다면 그것은 사회주의계획경제이지요. 제가 말하는 제도주의적인 국가의 갱비은 시장의 원리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장의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이것은 국제경제의 다자주의체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국제정치경제에서 시장의 역할은 지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 한국의 정치경제
3.1 산업화시대 한국의 경제발전에 대한 평가
박: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겠습니다. 국가와 시장의 상관관계에 있어서 한국의 산업화과정에 대한 논의가 빠질 수 없겠지요. 민주화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차치하고서라도, 한국의 경제발전의 배경에는 국가의 지나친 개입과 정경유착 등 경제성장 이면의 국가체제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부정적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관료의 권한이 강화되면 부패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자유주의의 주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역할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즉, 경제성장이라는 목적을 향해가는 과정에서 국가의 규제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위험부담은 불가피하다고 보십니까?
장: 정부개입의 산업정책만이 아니라 어떤 정책이든 위험부담은 존재합니다. 관료의 부패가 정치체제의 정당성을 해칠 경우 산업정책의 효율성과 관계없이 산업정책을 포기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정당성은 정치시스템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경제 시스템전반의 맥락에서 따져보아야 하는 것이고, 또 산업 정책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정책들 역시 정당성의 문제에 직면할 수 있는 것입니다.
3.2 국제사회의 시장개방요구
박: 한국은 IMF 사태이후 국제경제에 본격적으로 편입되기 시작했고 오늘날에는 외국투자자본이 국가경제를 좌우 할 만큼 국제경제체제에 깊숙히 연관되어있는데요. 최근 칠레 미국 EU와도 FTA를 체결하였고 한국의 입장에서도 다자주의 체제가 점차 확대되어가고 있는데요. 국제사회의, 특히 미국의 시장개방요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선생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장: 지난 수십 년 동안 지구화를 통한 글로벌 거버넌스는 자유화를 통해 달려왔습니다. 그 대표적 사례가 바로 WTO이고 국제무역체제를 위한 노력이 바로 국가간 FTA이지요. 이 WTO체제가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우선 그 궁극적 목적인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이 무엇인지조차 정의하기 어렵지 않습니까? 또한 ‘민주적’인 WTO의 체제 내적인 특징 덕분에 이제 국제사회에 진입하기 시작한 개발도상국들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선별적 무역정책을 선택할 여지가 커졌습니다. 한국은 이제 더 이상 개발도상국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또 선진국이라고 할 수도 없지요. 정해지지 않은 위치가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WTO협정이 모든 관세와 보호정책을 철폐하라고 하지는 않는다는 점, 유치 산업보호가 허용된다는 점, 긴급관세인상을 위한 조항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 일부 보조금제도가 허용된다는 점 등 제도적 측면을 주목한다면 국제무역체제를 오히려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박: 긴 시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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