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그날이오면 서평대회 심사평

심사평

신형철 (문학평론가)


심사위원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네 편의 글이 자연스럽게 추려졌다. 길지 않은 추가 논의 끝에 그 중 한 편을 1등으로, 나머지 세 편을 공동 2등으로 뽑았다.

1등상은 김일환 씨의 글 『우리 시대 ‘욥’의 초상』에게 주어졌다. 물음을 던지고 그 물음에 대답하기 위해 차근차근 논의를 전개해 나가는 집중력, 대상이 되는 책에서 가장 의미 있는 대목을 적절히 인용할 줄 아는 요령, 글을 끝까지 읽게 하는 유려한 문장력 등에서 이 글은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제목이 주는 기대와는 달리 서준식과 ‘욥’과의 비교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움을 남겼다.

류한수진씨의 글 『왜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옳지 않았는가』는 테리 이글턴의 책 『왜 마르크스가 옳았는가』를 대상으로 쓰인 글이다. 필자 자신의 체험과 그에 대한 성찰이 주가 되고 있는 이 글의 특징적인 면모는 보기에 따라서 장점으로도 단점으로도 보일 수 있다. 텍스트를 요약하는 데 대부분의 분량을 소비한 다른 응모자들과 달리 텍스트와 현실을 맞세워 비판적이고 성찰적인 사유를 개진한 것은 이 글의 미덕이되, 이 글을 읽고 대상 텍스트를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기 어렵다는 것은 분명한 약점이다.

문학텍스트를 대상으로 한 서평의 수가 극히 적은 와중에 김영하의 최근작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대상으로 쓰인 전기화 씨의 글은 반가웠다. 필자는 십대 폭주족을 다룬 김영하의 장편소설에서 ‘말 할 수 있는 자’와 ‘말 할 수 없는 자’의 긴장 관계를 추출해내고 이를 한국사회의 오늘을 사유할 수 있는 의제로 끌어올린 다음 자신의 입장을 적절하게 개진한다. 문학작품을 대상으로 한 서평을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겠다고 할 분들에게 이 글은 한 모범이 되기에 족하다.

문학평론가의 산문을 모은 책인 『느낌의 공동체』를 대상으로 한 전솔희 씨의 글 『다정은 병이다』는 저자의 말을 최대한 잘 들어보고자 노력한 글이다. 그 노력은 대체로 성공적인 결과를 낳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전솔희 씨의 섬세한 감수성에 힘입은 바 크다. 서평이니만큼 저자와의 비판적 대화를 시도해봄직도 한데 그런 면모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그러나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심사위원들은 이 글의 섬세한 감응 능력을 높이 샀다.

새내기 부문에서도 1등을 가려내는 일은 비교적 수월했다. 『의자놀이』를 대상으로 한 김서경 씨의 글이 그만큼 돋보였기 때문이다.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자신이 경험한 범위 내에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부분들을 적시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일들을 차분히 정리하는 모습 등은 뿌듯한 신뢰를 갖게 했다. 그러나 이 글의 필자에게는 (앞에서 류한수진 씨에게도 비슷한 말을 했거니와) 본인의 글이 쌍용차 사태에 대한 에세이인지 아니면 『의자놀이』라는 텍스트에 대한 평(評)인지를 분별해 볼 필요가 있겠다는 말을 덧붙인다. 서평이라는 독자적인 글쓰기 장르에 대한 자의식을 김서경 씨를 포함한 모든 응모자들에게 주문하려 한다.

일일이 언급하지 못한 모든 응모자들에게도 심사위원들은 힘껏 박수를 보낸다. 요즘 같은 세상에 읽고 쓰고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는 분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이 다행스럽고 고맙다. 다함께 더욱 분발하자는 우정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심사위원

심사위원장

조흥식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심사위원

차병직
(고려대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정용욱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

강성윤
(서울대 경제학부 강사)

신형철
(문학평론가)

심사위원 간사

김동운
(그날이오면 서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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