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신자유주의와 20대의 삶
새내기부문 3등작
한국의 신자유주의와 20대의 삶
지주형, 『한국 신자유주의의 기원과 형성』
신영찬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 현재의 20대들은 수십만 명과 경쟁해 힘겹게 들어간 대학교에서 혹자는 수백~수천만 원에 달하는 학자금 대출을 갚느라 일주일 내내 아르바이트를 하고, 혹자는 취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으며 인턴사원에 지원하고, 자격증을 따고, 외국어를 배우며 ‘학문의 장’이라는 대학 생활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대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몇 년씩 취업을 준비하거나,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아침부터 도서관으로 ‘출근’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러한 문제들이 발생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의 지나친 신자유주의적 경제 상황에 기인한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 신자유주의의 기원과 형성』에서는 이러한 경제 상황과 사회적 시각이 어떤 이유로, 어떤 과정을 거쳐 발생된 것인지에 대해 상세히 서술하고 있다.
초기 신자유주의는 1970년대 브레턴우즈 체제와 국민국가를 중심으로 한 지구적 자본주의 질서에 문제가 생기면서 그 영향력을 키우기 시작했다. 당시 경제학의 주류는 혼합경제론이었는데, 이는 MIT대학의 폴 새뮤얼슨을 필두로 한 ‘새고전파종합(new classical synthesis)'라고 불렸다. 한편 당시까지만 해도 비주류 경제학이었던 신자유주의는 상당히 파격적인 주장을 하는데, 신자유주의 학자들은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해서 경제적 개인의 자유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시장 매커니즘을 절대적으로 신뢰해 시장이 모든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고 믿었다(지주형, 『한국 신자유주의의 기원과 형성』, 책세상, 2011, P. 54) 한 마디로 시장 만능주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도입된 신자유주의는 ‘한국형 신자유주의’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독특한 성격을 보이고 있다. 한국형 신자유주의는 개발, 성장 위주의 국가 발전 계획이 한계를 드러내던 시점에 신자유주의적 성향을 띤 관료들이 정부에 대거 유입되면서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1990년대 중반 OECD 가입으로 시작된 ‘세계화’ 정책의 일환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시 도입된 신자유주의 정책들은 한국 경제 사회의 흐름과는 차이를 보였다. 이런 차이를 넘어서서 신자유주의 정책이 한국 경제에 꽃을 피우게 된 계기가 IMF 금융위기라고 할 수 있다. 금융위기 당시 IMF는 구제 금융의 대가로 실험적인 신자유주의 정책들을 시행할 것을 강요했다. 그 결과 수많은 개인 사업자와 중소, 중견 기업들이 도산을 겪게 되었고, 재벌과 금융계 위주의 경제 구도가 확립되었으며, 노동자의 권익이 축소되고, 노동자 간에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와 갈등이 생기는 등 수없이 많은 문제를 낳게 되었다는 것이 필자의 입장이다.
이러한 필자의 생각에는 대부분 동의하는 바다. 금융 위기 당시 신자유주의적 정책은 기업의 재정 건전성과 은행의 BIS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는 등 사회에 순기능을 하기도 했지만, 그러한 혜택을 맛볼 수 있었던 것은 몇 개 되지 않는 대기업과 재벌이 전부였으며, 많은 중소기업과 개인 사업자, 심지어는 당시 엄청난 경제력을 과시하고 있던 대우와 현대조차 신자유주의의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다. 또한, 기업이 노동자를 부품처럼 대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며, 비정규직 제도를 도입해 정규직 노조의 배타성을 높이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서 갈등이 생겨나는 등 사회적 안정성을 떨어뜨리고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재벌이 계열사를 운용하기 쉽게 만드는 순환출자나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의 이윤율을 낮춰서 물품의 출고가를 낮추는 등 대기업이 중소, 중견 기업의 이익을 가로채 가는 형태도 이 시기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이렇듯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신자유주의 정책의 대표적인 부작용이라고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이런 시각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신자유주의 정책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문제들에는 신자유주의 정책뿐만 아니라 다른 문제들도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먼저, 그들은 청년 실업 문제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높은 교육열과 그로 인한 부작용이 일익을 담당했다고 주장한다. 현재 청년(15~29세) 실업률은 공식 실업률의 2배 이상이다(정은희, 『한국 청년 실업률, 전체 실업률의 3배』, 참뉴스, 2012. 09. 05. 11:41). 또한, IMF 이후 청년 고용률은 40~45퍼센트 사이를 맴돌고 있다(<P&C리포트>, 2010. 12. 1, 지주형, 『한국 신자유주의의 기원과 형성』, P. 445에서 재인용). 반면, 중소, 중견기업들은 ‘중소기업 인력개발원’, ‘중소기업 인력지원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도 신입 사원을 뽑지 못하거나 새로 뽑은 사원이 단기간 내에 이직하는 등 인력난을 겪고 있다. 이와 더불어, 그들은 1990년에 33.2퍼센트에 불과하던 대학 진학률이 2008년 83.8퍼센트에 달하면서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사람들의 평균 학력이나 눈높이가 상향 평준화되는 현상이 일어났다고 주장한다(통계청이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통계연보를 토대로 작성한 대학 진학률 정보. <연합뉴스>, 2010. 03. 08).
하지만, 교육열과 그로 인한 부작용 속에서도 신자유주의는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극대화시키려는 신자유주의의 정신은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시킴으로써 서로 다른 능력을 가진 개인에 대한 국가의 지원과 도움을 차단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신자유주의적 정책은 시장의 능력에 절대적인 신뢰를 보임으로써 시장에 나서는 개개인에게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증명해야 하는 부담을 안겨주었다. 그 결과, 대졸 직원과 고졸 이하 직원의 봉급 차이 등이 생겨나게 되었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더욱 큰 간극이 생겨났으며, 자신의 미래보다는 안정성을 중시하는 등의 경제 활동 행태가 나타났다. 그렇기 때문에 4년제 대학 졸업자들이 9급 공무원 시험이나 환경미화원 시험 등에 수십~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노리고 지원하는 기이한 모습이 보이게 된 것이다. 신자유주의적 정책이 불러온 삐뚤어진 교육열의 역기능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한국 교육 개발원의 ‘사교육비 추이와 규모 예측’에 따르면, 1990년에서 2010년까지 20년 간 월 평균 명목 사교육비는 1만 7천원대에서 18만 7천원대로 11배가량 증가했다. 이는 같은 교육열을 보이더라도 그 부모나 가족이 가진 경제력 수준에 따라 아이가 받을 수 있는 추가적인 사교육의 정도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교육을 통해 얻는 입시나 취업 준비에 대한 공부나 수업도 정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은 소득 수준에 따른 정보 격차를 만들어낼 수 있다.
다음으로, 신자유주의 옹호 측에서는 세계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제는 한 국가 내에서만이 아닌 다른 국가와 경쟁해야하는 상황에서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주로 대기업들이 행하고 있는 소위 하청업체 쥐어짜기, 노조에 대한 압박,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차별 및 정규직 노조의 이익집단화는 불가피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중국이나 인도같이 저가의 노동력이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국가를 상대로 경쟁력을 갖추려면 우리나라도 최대한 물품을 싸게 공급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관점이다.
물론 어느 정도의 신빙성은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문제를 찾을 수 있다. 1990년대 말에 터진 금융위기 이후, 정부는 기업과 은행의 재무 건전성을 높이겠다는 명목 하에 건전성의 절대적 기준을 설정(은행의 BIS 자기자본 비율, 기업의 부채율 200퍼센트)하면서 은행은 산업에 투자하기보다는 자기자본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소액부채나 부동산 담보대출 등 소극적인 투자로 돌아서게 되었고, 기업은 장기적인 계획이나 전략을 세우기보다는 단기적으로 수익을 올려 주주들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형태의 사업을 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기업의 자본(토지, 기계 등)에 대한 투자는 줄어들고, 연구개발 분야에 대한 지원도 줄였다. 또한, 금융 위기와 미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한국 경제에 가해진 구조조정 때문에 내수 시장은 위기에 봉착하고, 전체 GDP에서 수입과 수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점점 올라가게 되었다. 이와 같은 상황 하에서, 국제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노동에 대한 비용과 부품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 결과 비정규직 비율이 늘어나게 되었고, 정규직 노조는 이익집단화되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에 차이를 두게 되고, 부품 값을 낮추기 위해 하청업체에 생산 단가를 낮출 것을 강요하는 현재의 비정상적인 시장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이와 같이 ‘한국적 신자유주의’ 시장 경제에는 큰 문제점이 있다. 하지만, 예전과는 달리 모바일 기기 등을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경로가 다양화되었고, 그와 함께 높아진 대학 진학률로 인해 지금의 20대는 처음 신자유주의가 우리나라에 도입되던 1990년대 후반의 20대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정보를 얻게 되었다. 또한, 국가가 국민들의 기초적인 삶을 보장해야 한다는 복지제도에 대한 관심과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한국적 신자유주의’는 서서히 변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주목받고 있는 세 명의 후보가 모두 전면적으로 주장한 것이 ‘경제 민주화’라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본래의 경제 민주화란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는 내용에 덧붙여서 ‘균형 있는 국민경제 성장과 적정한 소득 분배, 시장 지배와 경제력 남용 방지, 경제 주체 간의 조화’를 뜻한다(대한민국 헌법 119조 1항, 2항). 현재 대선 후보 및 그 당들은 이러한 경제 민주화의 개념을 바탕으로 하여 재벌구조의 개선, 출자총액제한제도의 부활 여부, 순환출자 제한 여부, 그리고 금산 분리 정책을 서로 내세우고 있다. 이런 경제 민주화가 거대 재벌 혹은 기업의 경제력 남용을 견제, 규제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앞으로 한국의 사회 구조나 경제 정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20대에게 경제 민주화와 ‘한국적 신자유주의’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도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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