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 그 크나큰 행복

고등부_단양쑥부쟁이상

조화, 그 크나큰 행복

서울여상 류재희


온 국민들의 마음과 뜻을 모아 이뤄 낸, 이른 바 ‘한강의 기적’이라는 역사적 사실은 지금의 대한민국을 있게 했으며, 이 나라의 국민들에게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과 긍지를 있게 한 지난날의 거대한 ‘성장 신화’이다. 우리는 이를 한 치의 의심 없는, 자랑스러운 승리의 역사로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이쯤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위한 성장인가, 누구를 위한 발전인가에 대한 생각을 필히 가져보아야만 한다.

- 풍요로움에 대하여

이 책을 논하기 전에 우리는 풍요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 논하고자 하는 풍요는 경제적인 부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책의 제목을 통해서도 충분히 알 수가 있을 것이다.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행복이야말로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풍요’, ‘풍요로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논하고자 할 때 나는 ‘경제 성장은 필요 없다, 고단한 생활 속에서 작은 기쁨을 찾는 것, 적당하고 평범하게 어려움이 없이 사는 것…. 그러한 것들이 행복이다’는 터무니없고 세상 물정 모르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경제 뿐 아니라 정치, 문화, 법, 상호 이해관계와 인간관계 등 수 많은 요소들이 이 사회를 이루고 있는 만큼 이 사회 안에서 진정으로 행복하기 위해서는 개인차에 따라 여러 가지의 요소들이 알맞게 충족되어야 할 것이다. 덧붙여 책의 제목으로도 언급 된 경제성장과, 그를 기반으로 둔 개인의 경제적 역량 또한 그 요소 중 하나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가 말하는 ‘성장 신화’라는 것은 사실 엄밀히 말해 ‘경제 성장 신화’이다. 이는 우리가 말하는 이 ‘성장’이라는 것은 경제를 말하는 것이며, 또한 경제에만 국한된 것임을 말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사회는 경제가 성장하면 모두가 행복할 것이라 쉽사리 착각하곤 한다. 그러나 경제의 성장만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물질만능주의가 파다하고, 돈으로는 못할 것이 없다는 생각까지 존재하는 사회란 것을 알기에 그런 이가 없으리라고는 확신하지 않는다. 다만 그런 이가 있다면 진심으로 한번 물어보고 싶다. 정말이지 그것이면 족하겠느냐고, 욕심이 너무 없는 것은 아니냐고…

물론 이 사회는 경제성장과 발전으로 인해 여기까지 왔고, 앞으로도 경제성장과 발전 없이는 존속할 수 없을 것이다. 이미 발전할 대로 발전해왔고 나도, 우리도 원시의 삶으로 돌아가 땅을 마룻바닥 삼고, 하늘을 천장 삼아 그것에 만족하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우리와 이 사회는 경제성장과 발전 없이 존속할 수 없으나, 경제성장과 발전만으론 행복할 수도(풍요로울 수도) 없다는 것이다.

- 우리들의 타이타닉호, 빙산과의 충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는 지금 이 순간에도 쉼 없이 달려가고 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멈춰서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마치 누군가 쫓아오기라도 하는 것처럼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며 끊임없이 달려가기만을 거듭하고 있다.

현대인들이 경제성장과 발전에 대한 강박증에 걸려버린 것은 아닐까? 경제성장은 이제 그야말로 당연한 것이 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경제성장을 바라는 마음’이 당연한 것이 되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경제성장과 관련된 공약이 일국의 대통령 후보들의 당락을 결정짓는 시대가 도래 하였으며,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집권 기간 동안의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그 정부에 대한 평가를 내릴 만큼, ‘경제의 성장’은 이제 사회의 일부가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발전은 거듭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이미 당연한 상식으로 자리 잡혀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자연환경이 점차 파괴되어가는 현실 또한 어김없이 걱정하곤 한다는 것이다.

발전이 있으면 환경은 낙후되고, 환경을 지키자면 발전이 더뎌지는, 즉 발전과 환경 사이에 존재하는 반비례 관계를 상식적으로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딘 발전을 안타까워함과 동시에 점차 파괴되는 환경을 걱정하는 우리의 모습은 명백한 모순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성장, 발전이 더딘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나무랄 이가 없고, 파괴되는 자연환경에 대한 걱정을 뭐라 할 이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발전’과 ‘환경’ 두 가지 다 우리 사회가 포기하지 못하는 요소들임을 반증한다.

책의 표현에 따르면 타이타니곻의 바깥에는 바다가 있고, 빙산이 있다. 그리고 세계 경제의 바깥에는 자연환경이 있다. 저자의 비유처럼 우리는 타이타닉호 안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즐기고만 있는 이들과 다를 바가 없는지도 모른다. 빙산과의 충돌을 바로 코앞에 두고 있는데, 아니, 이미 크고 작은 충돌이 시작되었는데도 우리들 스스로가 시전을 좁혀 재창조한 좁은 세계 안에 갇혀 진실을 보지 못하는, 어리석고 안타까운 상황이 바로 우리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이는 조금도 과장 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해 독서토론대회를 준비하며 ‘과학일시정지’라는 책을 읽었던 적이 있다. 과학교사모임에서 저술한 이 책은 기술과 발전만을 추구하는 사회에 ‘일시정지’를 외치며, ‘과연 이대로 좋은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발전’으로 인해 점점 파괴되어가는 ‘환경’을 우려하는 동시에, 그로인한 영향이 또 다시 고스란히 인간에게 전해지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우리는 현재까지 발전에 ‘완전히’ 치우친 역사를 기록해와다. 이로 인해 자연의 파괴는 불가피했으며 그 영향이 지구온난화, 물 부족 등의 다양한, 그리고 위협적인 모습으로 인간에게 미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발전과 환경 모두 우리 사회가 놓을 수 없는 중대한 것들임을 안다면, 또한 발전에만 치우쳤던 지난날의 역사를 기억한다면, 이제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과 환경으로 시선을 돌려야 할 때가 아닐까?

- 상식과 비상식의 전환적 사고

상식이 비상식이 되고 비상식이 상식이 되는 전환이 분명히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는 저자의 말과 그 증명과정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수긍할 수밖에 없기에 더욱 그러했다. 불과 100년도 채 되지 않은 조선시대에는 신분제가 당연한 것이었고, ‘상식’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에 신분제를 논하는 것은 낡은 생각일 뿐 아니라 일각에서 거센 반발의 소리를 낼 수도 있을 법한 ‘비상식’이 되었다. 왜 몰랐을까? 상식이 정답은 아니라는 사실을.

경제 대통령이라는 별칭을 가진 MB정부는 여론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4대강 정책을 굳건히 진행시켜왔다. 4대강 사업은 “경제, 그리고 환경 모두를 위해 지금의 자연환경은 ‘마땅히’ 훼손시킨다”는 전제에 대한 동의를 기반으로 한(해야만 하는) 정책이라 할 수 있다. 그 결과와 성과를 아직은 확신할 수 없는 실정이나,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동식물의 생태계가 파괴되고, 여러 유해 폐기물이 매립되었던 것은 이미 명백히 드러나 있는 ‘사실’이다. 이번 여름 장마로 인해 서울에 큰비가 내렸을 때 정부는 4대강으로 인해 그 피해가 줄었다며 이는 성공적 치수사업이었음을 주장하고 있고, 언론에서도 4대강 사업의 성과가 드러나기 시작했다며 두둔하고 있다. 물론 정부의 발표가 거짓이 아니라면 분명 4대강 사업의 성과가 드러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4대강 사업 자체를 달리 생각해보면 이 사업은 인간도, 동물도 아닌 제3자가 자신의 이득도 챙기고 인간과 동식물에게도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겠다며 인간과 동식물의 생태계인 지구를 난도질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또한 우리가 이 사업으로 인한 성과를 기뻐하는 일은 제3자가 이미 지구를 난도질하다 많은 동식물, 뿐만 아니라 인간까지도 죽여 놓고는 자신들의 이익에 기뻐하는 일과도 다르지가 않다. 우리 사회는 지나진 경제성장의 유혹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알고 있는 사회의 ‘상식’에서 벗어나 발상을 전환해 보면, 저자의 말저럼 ‘그처럼 어리석은 생각을 내가 어떻게 했는지’, ‘그것이 이상하여 헛웃음이 나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맞닥뜨리게 된다. 우리는 살고 있는 자연을 파괴한 뒤, 기계나 건물을 만들었다. 또한 ‘국가’ 라는 폭력단을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냈고, 이러한 일들이 당연한 상식이 되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단 말인가… 물론 이 같은 생각도 정답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우리가 분명히 새겨두어야 할 점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는 것들이 결코 정답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 대항발전과 제로성장. 그리고 조화의 희망

저자는 재화 사용의 양과 빈도를 조금씩 줄여가며, 최소한의 것만으로도 별 탈 없이 살 수 있는 ‘대항발전’을 주장하였다. 이로써 참다운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는 타이타닉호의 엔진을 멈추는 일, 즉 ‘제로성장’을 ‘문제’가 아닌 사고할 ‘기회’로 보고 싶다.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파괴와 억압의 역사로 인해 이미 우리사회의 현실은 상처투성이로 피 흘리고 있지만, 과거 문명의 끈질기고 강인한 발전을 보았을 때, 지금은 비록 상처투성이로 피 흘리고 있는 상황일지라도 파괴와 억압의 원인이 되어온 힘을 제거하면 우리 사회에도 일말의 희망이 있으리라’는 저자의 마지막 말이 인상 깊다. ‘만약 늦지 않는다면’이라는 전제가 붙는 만큼 ‘더 늦기 전에’ 계속되는 발전에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고, 우리가 당연시 해 왔던 것에도 의문을 갖고 하나하나 되물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야 말로 우리 시대가 직면한 가장 중대한 과제일 것이다.

인간은 자연과의 조화를 통해 더욱 아름답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우리는 자연의 주체가 아니라, 자연의 일부분으로서 함께 살아가야만 한다. 분명한 것은 발전을 목적으로 자연을 파괴하는 일이 더 이상 우리의 이익을 위한 일이 아님을 우리 모두가 여실히 깨달아야 할 것이다.

풍요로움이라는 행복은 더 이상 ‘발전’으로부터 오지 않는다. 이는 ‘조화’로부터만 얻을 수 있는 값지고 귀한 열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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